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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격진료’ 허용 논란, 아직은 의사들에게 ‘명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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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8호 이동근⁄ 2020.06.24 15:19:52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의료도 비대면 진료, 즉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 여론이 이제는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대면 진료를 해야 할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어떤 이유일까.

의사들이 원격진료를 반대한다고 하지만 정확히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층은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일반 개원의들이다. 개원의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한데, 바로 환자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이 아닌 상위 의료기관을 찾아가게 된다는 이유다.

 

최근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러스트 = 연합뉴스


이같은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의료기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크게 1인 이상의 의사가 운영하는 의원급(병상 0~29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는 병원급(병상 30~99개), 소위 대형병원으로 분류되는 종합병원급(병상 100개 이상)으로 나눠진다.

이같은 등급분류는 단순히 규모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진료비를 책정하는 기준도 된다. 의원급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등급이 올라갈수록 비싸진다. 그리고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가능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차 진료를 받은 뒤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옮겨가면서 진료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들은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의 대형병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진료비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종합병원급이라고 해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급 이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거치도록 하고 있더라도 응급실을 통해 진료를 받으면 되도록 허용돼 있고, 그정도 비용 부담을 감수한은 환자들도 많다.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도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의원급 의료기관들과 병원,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이 환자 확보를 두고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병원이 지역에 들어온다고 하면 그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조성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상당수의 환자들은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 대신 대형병원, 그것도 수도권 내에 위치한 초대형 병원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 상당수 의사들의 지적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사진 속 발표자)은 6월 21일,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열린 집행부 긴급 워크숍에서 “원격의료를 모든 종별 의료기관, 모든 환자에 대해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 대한의사협회


그렇다면 이런 의사들의 주장이 이기적인 것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의료기관은 가능한 전국에 고르게 퍼져 있어야 전 국민들의 건강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의사들의 주장은 정당하다. 실제로 산부인과의 경우 수도권 외 지역에 부족해 문제가 되는 사례도 있다.

당연히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원격의료의 도입이 반갑다. 병원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들도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는 원격진료를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가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의사들이 걱정하는 대로 대형 병원 외에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면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이 많아질 수 있다.

해결책은 물론 있다. 바로 ‘돈’이다. 대형병원 외 의료기관들도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충분한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아니면 의료기관의 공적 역할을 인정해 환자를 얼마나 보든 관계없이 정부에서 돈을 지급해 주면 된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불러오기에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 뻔하므로 정부가 시행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참 모순적인 이야기다. 원래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가 갈 수 없는 곳까지 의료혜택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인데, 정작 시행하면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이 늘어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원격의료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하는 독(毒)일 수 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 부분은 의사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원격의료 도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영토가 넓어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크거나(미국이나 중국 등), 의료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가 있는 곳들(일본 등)이다. 우리나라는 원격의료가 있으면 환자 입장에서 좋기는 하나, 꼭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지역별 공적의료기관의 확대 설치가 더 급하고,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의 IT기업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접근은 좀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 자칫 원격의료 기술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고, 의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아직까지 ‘명분’은 의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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