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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쇼핑몰 내 책 읽는 공간의 진화

신세계프라퍼티 '별마당 도서관'과 이랜드리테일 '중고서점 예스24'의 공통 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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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5호 김금영⁄ 2020.05.06 15:06:41

별마당 도서관을 소개하는 글이 벽에 붙어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넓지만 쉴 공간은 없다.”

과거 코엑스몰과 NC백화점에 대한 기억이다. 비단 이곳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쇼핑몰이 상품을 파는 매장으로만 빼곡하게 공간을 채워놓은 곳들이 많았다. 특히 쇼핑몰 내부에 마련된 서점은 구색 맞추기 차원의 부속적인 측면에 가까웠다. 쇼핑몰은 넓지만 서점의 공간은 좁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전무해 빠르게 서점을 스캔하고 나가야 했다.

그랬던 서점들이 바뀌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다양하게 누리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 코엑스몰을 대표하는 공간은 ‘별마당 도서관’이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코엑스몰의 위탁 운영권을 따낸 신세계프라퍼티는 2017년 별마당 도서관을 개관했다. 약 850평 규모의 대규모 공간에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개를 갖췄고, 군데군데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또 별마당 도서관을 단지 책 읽는 공간으로만 한정짓지 않았다. 개관 이후부터 주기적으로 문화 강연, 공연 등을 선보였고, 지난해엔 개관 2주년을 맞아 도서관 중심부를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열린 아트 공모전’을 시작했다. 1회 공모전 대상 작가인 주현제의 ‘책의 성전’이 지난해 5월부터 약 5개월의 기간 동안 별마당 도서관에 설치됐고, 올해 2~3월엔 2회 공모전이 진행됐다. 5월 말엔 대상 선정작인 이은숙, 성병권 작가의 ‘빛의 도시’가 도서관 중심부를 채울 예정이다.

 

별마당 도서관 내부 모습. 도서관 중앙엔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아울렛 NC강서점은 쇼핑몰 8층과 9층을 연결해 총 430평 규모에 8m 높이의 책장을 설치해 ‘예스24 중고서점’을 마련했다. 매장 한쪽 벽면에 통유리를 설치해 도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게 디자인했고, 편히 앉을 수 있는 쇼파 및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별마당 도서관과 예스24 중고서점 모두 쇼핑몰 내부에서 큰 공간을 떡하니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이 책 읽는 공간들이 쇼핑몰에 미치고 있는 효과다. 한때 리모델링 공사 이후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던 코엑스몰은 별마당 도서관 이후 1년 차엔 약 2100만 명, 2년 차엔 약 2400만 명 이상이 코엑스몰을 찾았으며, 코엑스몰에 입점한 매장들의 일평균 방문객 수는 5%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NC강서점도 중고서점을 통해 활력을 띠는 모양새다. NC강서점을 방문했던 날 여타 매장들 못지않게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곳이 중고서점이었다.

책 읽는 공간의 무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었을까? 일단 소비 패턴의 흐름을 잘 읽었다. 한 가지 목적으로만 복합쇼핑몰을 찾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쇼핑을 하다가 밥을 먹고, 그러다 또 쉬고 싶은 공간을 찾는 등 한 공간에서 다양한 목적을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 패턴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책을 읽으며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쇼핑몰 차원에서도 소비자가 쇼핑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관 상품 매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코엑스몰에서도 별마당 도서관에 인접한 상점들이 특히 매출 효과를 누렸다는 점이 이를 짐작케 한다.

체험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

 

NC강서점의 예스24 중고서점에 미끄럼틀이 설치된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또 집까지 원하는 상품을 편하게 받아보는 온라인 쇼핑과 비교해 오프라인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체험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하루가 멀다 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은 보다 신선한 체험을 원한다. 이에 별마당 도서관은 연주회, 유명 저자들의 강연, 전시 등을 꾸준히 선보여 왔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NC강서점의 중고서점 예스24 또한 정기적으로 유명 작가의 강연회와 원데이 클래스 등 독서 관련 문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을 일찌감치 밝혔다.

각각의 공간 목적에 맞는 공간 운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코엑스몰은 직장인이 주로 많이 찾는다. 이에 오후 7시 퇴근길 직장인에게 위로를 전하는 목적의 ‘명사와의 만남’ 자리를 기획해 선보이기도 했다. 도서관 내부도 개인적으로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 설치에 신경 썼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을 이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반면 NC강서점은 보다 떠들썩한 분위기다. 특히 중고서점 중심에 15m 길이의 미끄럼틀을 8~9층에 걸쳐 설치했다. 안전요원의 관리 하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아동 서적이 구비된 공간엔 아이들이 갖고 놀 수 있는 레고 블록도 갖췄다. 이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기 때문. 아이들과 함께 쇼핑몰을 찾은 부모가 쇼핑 중간 쉬거나,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다다르게 되는 곳이 서점이었다.

 

예스24 중고서점을 찾은 사람들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관련해 이랜드리테일 측 또한 “NC강서점은 65개의 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이는 만큼 아동 콘텐츠가 특화돼 아이와 함께 백화점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며 “그렇기에 부모와 아이가 색다르게 독서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꾸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책 읽는 공간과 쇼핑몰의 조화는 긍정적이다. 단순 집객 차원을 넘어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고급화된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 이에 여행을 가면 방문해야 할 랜드마크와도 같은 장소로도 어필하는 효과가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2018년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구매 고객을 분석한 결과, 해외소재 카드로 결제한 고객의 비중은 약 4%로, 이를 방문객으로 환산하면 연간 100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별마당 도서관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쇼핑몰 내 천덕꾸러기였던 책 읽는 공간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톡톡한 알짜배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넓지만 쉴 공간은 없었던 쇼핑몰에서 소비자에게 안식과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단순 판매 상점을 더 늘리는 것보다 매력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문화 예술 공간의 콘셉트를 마련하는 게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별마당 도서관과 예스24 중고서점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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