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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기업] 포스코미술관 “작품을 한 번 안아봐 줄래요?”

관람객이 작품 직접 만지고 갖고 노는 ‘예술, 그냥 즐겨!’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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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0.01.18 09:46:56

‘예술, 그냥 즐겨!’전이 열리는 포스코미술관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이 작품을 만지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한 번 (작품을) 안아봐 줄래요?”

일반적인 전시 관람 에티켓은 다음과 같다. 조용히 전시를 관람할 것, 그리고 작품에 절대로 손을 대지 말 것. 그런데 위와 같이 오히려 작품을 적극적으로 만지고, 갖고 놀며, 교감할 것을 제안하는 전시가 있었다. 포스코미술관에서 1월 21일까지 열리는 기획 특별전 ‘예술, 그냥 즐겨!’에서 여타 전시와 사뭇 다른 도슨트(전시 작품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 프로그램을 마주했다.

 

스튜디오 1750의 작품 ‘평행정원’. 천, 나무, 우레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의 사물들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전시장 공간 안에 색다른 정원을 형성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겨울방학을 맞이해 마련된 자리다. 미술의 조형적·물질적·정신적 요소를 쉽게 풀어내 관람객들이 작품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돕는 데에 목적을 뒀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것이 관람객의 ‘참여’ 행위다. 포스코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결국 완성된다. 보고, 듣고, 만지는 활동을 통해 미술을 이해하는 감각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도 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시 참여 작가인 스튜디오 1750의 작품 ‘평행정원’을 관람객들이 둘러쌌다. 특히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다. ‘평행정원’은 천, 나무, 우레탄,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질의 사물들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전시장 공간 안에 색다른 정원을 형성했다.

 

김태연 작가의 ‘까만 봉다리가 피운 꽃 한 송이’가 설치된 공간.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버려졌을 비닐봉지를 사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식물의 뿌리 또는 활짝 만개한 꽃 같이 생긴 여러 조형물이 전시장 바닥과 천장 등 곳곳에 설치돼 동화 속 미지의 정원, 또는 원시 우림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송풍기를 통해 살짝 바람이 불기도 하고, 빨갛고 파란 불빛도 켜졌다 꺼졌다 하며 작품이 마치 살아 있는 숲처럼 숨 쉬는 느낌.

전시 담당 도슨트는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론적 설명보다는 ‘무슨 모양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었고, 신난 아이들은 저마다 작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는 이게 좋아요. 이건 벌집인데 여기서 꿀이 아래로 떨어지는 모양이에요”라며 작품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다 작품을 스스럼없이 껴안기도 했다.

 

김태연 작가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손으로 만져 그 질감을 느껴보고, 직접 직물을 짜 작품을 완성해볼 수도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스튜디오 1750은 작가노트를 통해 “일상을 다르게 보는 것은 현실의 왜곡에서 시작해, 주변 풍경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일련의 사건을 접하면서 확장 된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아이들의 모습이 그랬다. 작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여기에 저마다 상상력을 더하며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스튜디오 1750의 작품 옆에는 김태연 작가의 ‘까만 봉다리가 피운 꽃 한 송이’가 설치된 공간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버려졌을 비닐봉지를 사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작품 또한 자신을 둘러싼 풍경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상상력을 불어넣는지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손으로 만져 그 질감을 느껴보고, 직접 직물을 짜 작품을 완성해볼 수도 있도록 전시를 마련했다.

 

엄익훈 작가의 ‘그림자 조각’ 작품. 사진 = 김금영 기자

엄익훈 작가의 ‘그림자 조각’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추상적인 형태의 조각상에 빛을 쏘자 본래 조각상의 형태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꽃을 들고 있거나 새와 교감을 하는 아이, 또는 바람개비를 불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림자 형태로 나타났다. 조각상을 비추는 조명 쪽에 관람객이 손을 가까이 대면 만들어지는 관람객의 그림자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됐다. 조각상을 움직여 그림자가 각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체험해 볼 수도 있었다.

스튜디오 1750과 김태연, 엄익훈 작가의 작품이 시각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정재엽 작가의 ‘소리의 형태’는 청각을 특히 자극했다. 스틸파이프, 자작나무, 진동스피커 등을 사용한 이 작품은 그냥 봤을 땐 천장에 기하학적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작품을 따라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터치보드에 손을 대자 조형물에서 다양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작품은 순식간에 악기가 됐고, 마치 전시장에 마련된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자가 된 양 연주에 빠져들었다.

 

엄익훈 작가의 추상적인 형태의 조각상에 빛을 쏘면 본래 조각상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림자가 나타난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손으로 조각을 만지니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각 작품이 설치된 공간에는 솔직한 감상평을 적을 수 있는 종이가 마련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앞선 작품들 모두 관람객이 손을 대거나 껴안는 등 참여 행위를 할 수 있었지만 가장 역동적인 참여 행위가 이뤄진 곳은 백인교 작가의 ‘롤링 그라운드’ 작품이 설치된 공간이었다. 벽면에 다양한 색깔의 선이 그려졌고, 가운데 넓은 공간엔 알록달록한 색깔의 공이 놓여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미술관이 아니라 마치 놀이방에 온 듯 작품을 장난감처럼 굴리고 껴안고 때로는 기대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갖고 놀고 있었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점과 색은 작품 속에서 확장성을 지니는 동시에 작품과 관객을 연결하는 통로다. 선에 이어서 면과 면이 이어지고, 이는 곧 입체로 표현 된다”며 “나의 작품 제작 행위를 ‘점’이라 할 때 반복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때는 ‘선’으로 이어지고, 이런 선들이 결국 면을 가진 입체로 탄생한다”고 밝혔다. 즉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비로소 이 작품이 완성되는 셈.

 

정재엽 작가의 ‘소리의 형태’는 청각을 특히 자극하는 작품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에서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는 걸 주춤하는 건 오히려 어른 관람객이었다. 예술 작품은 고귀하고, 어렵고, 조심해야 하고, 그렇기에 멀리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 작품을 느끼기보다는 이론적으로 먼저 접근하고, 머리를 싸매고 분석하는 태도가 앞서 있었다.

이 가운데 편견 없이 작품에 다가가고, 만지며 놀 수 있도록 구성된 이번 전시를 마음껏 즐기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그래, 예술이 이래야지”라고 느꼈다. 어느덧 그들에 섞여 자유롭게 작품을 직접 만지고 가까이 하면서 교감하고 있었다.

 

전시장 바깥에도 정재엽 작가의 ‘소리의 형태’ 작품이 설치됐다. 벽면에 설치된 터치보드에 손을 대자 조형물에서 캐롤이 흘러나왔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각 전시 작품마다 느낌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종이도 마련됐다. 엄익훈 작가의 ‘그림자 조각’ 작품 전시 공간에서 한 아이 관람객이 적은 솔직하고 순수한 감상평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자신의 손 그림자가 작품 속 아이들의 그림자를 가리자 “손으로 조각을 만지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아이들을 가렸어. 아이들이 사라졌어. 미안해 아이들아”라고 적은 것.

이번 전시엔 특별 초대 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도 함께 구성됐다.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 초등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작품이 전시 대상이다. “어릴 때 경찰, 여군, 시내버스 안내양이 되고 싶었다”, “밤 몇 알갱이를 선물 받았다가 얼떨결에 결혼하게 됐다” 등 할머니들의 각양각색 인생 스토리를 글과 그림으로 접할 수 있다. 내일 모레면 아흔이 되는 할머니부터 가장 나이가 적은 50대 후반인 할머니 모두가 이 전시장에서는 꿈과 상상력을 작품에 풀어내는 작가가 됐다.

 

백인교 작가의 ‘롤링 그라운드’가 설치된 공간. 공을 자유롭게 굴리면서 뛰놀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포스코미술관이 지향하는 ‘문턱 낮은 미술관’과 맞닿는다. 포스코는 문화 보국의 역할 수행을 목적으로 1995년 포스코갤러리를 개관한 후, 1998년 포스코의 기업미술관인 포스코미술관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연 5~6회 전시를 열고, 임직원 및 일반 시민,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대표적으로 ▲‘미술로 보는 인문학 시리즈’를 통해 선보인 ‘천재화인열전’(2012), ‘매화 피어, 천하가 봄이로다’(2013), ‘왕의 정원’(2017) ▲ 임직원 대상 미술 창의 교육 활동 ‘월요미술아카데미’, ‘위대한 아마추어’ 등이 있다.

이밖에 신진작가 발굴부터 중견작가 재발견까지 미술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와 꾸준한 수집 활동으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주력해 왔다. 이 모든 활동들의 중심축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생활에 녹아든 예술 공간이다.

 

특별 초대 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는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 초등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포스코미술관 관계자는 “인간 삶에 있어 진정 소중하고 의미 있는 건 바로 문화예술의 힘에 있다”며 “‘문턱 낮은 미술관, 생활 속 열린 예술 공간’을 지향하는 포스코미술관은 예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간 자유로운 소통을 끊임없이 펼쳐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포스코 달력 작가인 김덕기 초대 개인전(2~3월)을 시작으로, 20세기 한국근대미술의 거장전(4~5월), 한국 여성미술인의 선구자 방혜자 작가의 회고전 등 총 6회의 전시가 준비 중이다. 포항, 광양 등 지역 순회전시도 계획 중”이라며 “예술을 모든 이들과 나누고 소통하는 ‘나눔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올해도 꾸준히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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