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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기업] PART 1. 상상마당 홍대와 또 다른 KT&G 대치 갤러리의 색깔

대치 갤러리 개관전 정유미 작가 ‘사일런트 블루’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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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64호 김금영⁄ 2020.01.02 11:24:12

KT&G 대치동 본사 사옥 입구. 사진 = 김금영 기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물결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 바로 눈에 들어오며 겨울에 청량감을 더했다. 마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 푸른얼음의 나라가 현실에 펼쳐진 느낌.

이전에 공연 취재 차 KT&G 대치동 사옥 내 아트홀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건물 입구 쪽엔 분명 갤러리가 없었다. 그래서 유독 오랜만에 방문한 현장에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볼거리를 동시에 만난 느낌이었다. 이곳은 KT&G 대치 갤러리 개관전인 정유미 작가의 ‘사일런트 블루(Silent Blue)’ 현장이다.

KT&G는 문화예술 후원을 통한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을 홍대, 논산, 춘천, 대치에서 운영해 왔다. 상상마당 대치는 2006년 전문 공연장 상상아트홀로 출범해, 2017년 상상마당의 일원으로 통합됐다. 이후 다양한 장르의 공연 관람이 가능한 ‘대치아트홀’과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큐브’로 운영돼 왔다.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30일 건물 3층 아트홀 옆에 위치했던 아트큐브를 1층의 비어 있던 공간으로 옮기면서 대치 갤러리로 새롭게 탈바꿈 시킨 것.

 

상상마당 대치 갤러리 개관전 정유미 작가의 ‘사일런트 블루(Silent Blue)’ 현장. 사진 = 김금영 기자

대치 갤러리는 KT&G 상상마당 홍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다양한 전시 및 공연이 함께 열리는 상상마당 홍대는 1~2층에 디자인 숍이 마련됐는데, 이곳을 구경하다가 건물 3층의 카페, 4~5층의 갤러리까지 자연스레 찾아오는 발걸음이 많았다. 특히 주로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이 방문하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그해 이슈에 맞춘, 또는 해외 거장의 전시를 주기적으로 선보여 왔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된 플라스틱 대란 속 환경오염을 주제로 한 ‘플라스틱 러브’전, 그리고 영국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의 국내 첫 회고전 등이 그 예다. 넓은 전시 공간을 활용해 같은 기간 ‘플라스틱 러브’전,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KT&G Sangsangmadang Korean Photographer’s Fellowship, 이하 KT&G 스코프) 최종 선정 작가인 김승구의 개인전 ‘밤섬’을 동시에 선보이며 폭넓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활발하고 트렌디한 감성이 상상마당 홍대에서 느껴졌다.

 

상상마당 대치 갤러리는 1층의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건물 로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탁 트인 구조가 눈에 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반면 대치 갤러리는 직장인의 발길이 주로 이어지는 대치동 지역의 특성에 맞게 꾸려지며 상상마당 홍대와는 다른 색깔을 구축 중이다. 갤러리 공간의 면적 자체는 상상마당 홍대보다 좁지만, 출퇴근하거나 업무 또는 공연 관람 차 건물을 찾는 방문객들이 따로 찾으러 가지 않아도 전시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공간을 탁 트인 형태로 구성했다. 화이트 큐브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구조 아래 천장을 막지 않고 높게 뚫어 면적 자체는 좁지만 넓은 공간감을 형성했다.

여기에 건물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차분한 느낌이 특징인 정유미 작가의 작품을 개관전으로 1월 3일까지 선보인다. 작가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배경에서 만난 벽이나 막을 관찰하고, 머리와 마음에 남은 잔상을 그림으로 표현해 왔다.

작지만 고요한 평화가 눈길을 끄는 공간

 

정유미 작가는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곳에서 느낀 감정의 경계를 펼치는 작업을 보여준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더 월 인 더 마인드’, ‘드로잉_레이캬비크’, ‘언타이틀드’ 시리즈를 선보인다. 주변에 버려진 스티로폼 더미에서 영감을 받은 ‘더 월 인 더 마인드’ 시리즈는 파란 화면 위 쌓인 흰색 덩어리들이 인상적인 작업이다. 흰색 덩어리들은 저 너머의 파란 화면이 보이지 않게 견고하게 시선을 가로막고 있는 듯 하지만 반대로 얼음처럼 한순간 녹아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한 가지로만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들 간의 관계, 거기서 생기는 마음의 벽을 작가는 표현한다.

아이슬란드의 도시에서 발견한 반지하 창문들에서 시작된 ‘드로잉_레이캬비크’ 시리즈 또한 안과 밖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지하의 어두움에 바깥의 공기와 햇빛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정작 이 창문들을 철망이나 블라인드, 페인트 도색 등으로 덮어 안이 보이지 않게 가려뒀다. 서로 터놓은 줄 알았는데 막상 다시 보면 또 닫혀 있는, 그러다가 또 열릴 것 만 같은 오묘한 마음의 벽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윈도우 갤러리엔 ‘언타이틀드’ 작품이 설치됐다. 작가가 직접 천을 재단해 재봉틀로 제작한 작품이다. 파란 반투명 버티컬 블라인드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닿을 듯 말 듯한 경계를 상징하며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경계를 표현한다. ‘더 월 인 마인드’부터 ‘언타이틀드’까지 전체적으로 전시장에 고요한 평화감이 깃들게 한 작품들이다.

 

대치 갤러리는 정유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개관전을 시작으로 올해 다양한 전시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작가는 이번 개관전을 통해 KT&G와 첫 인연을 맺었다. KT&G 문화공헌부 문강민 대리는 “차분한 로비 공간에 새롭게 갤러리를 마련하면서, 이 공간에 어떤 전시가 개관전으로 어울릴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영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다양한 곳에서 느낀 감정의 경계를 펼치는 정유미 작가의 작업이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KT&G는 신진작가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능 있는 신진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차원에서도 정유미 작가의 작업이 대치 갤러리 개관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대치 갤러리는 이번 개관전을 시작으로 올해 다양한 전시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상상마당 홍대가 순수미술 전시를 주로 선보인 가운데 대치 갤러리는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전시로 차별화를 둘 예정. 문강민 대리는 “작아도 편안하게 휴식하며 문화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여러 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경계를 쌓거나 허무는 시도를 계속하며 변주해온 정유미 작가의 작품처럼 대치 갤러리는 앞으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탐구하고, 일상에 지친 관람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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