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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34) 정재희 ‘이상한 계절’] 날씨가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인간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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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55호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2019.10.28 09:22:56

(CNB저널 =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날씨를 검색할 때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유래없이 더운 여름, 예년보다 많이 발생한 가을 태풍과 관련된 기사를 읽다 보면 균형과 질서가 깨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날씨와 무관하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었고, 사람들은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고 에어컨을 작동시킨다. 겨울에는 각종 난방시설로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여름에는 제습기, 겨울에는 가습기가 일정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과거의 평균치를 벗어나는 날씨, 예측의 범위를 벗어난 날씨를 향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치 날씨가 스스로 지켜야 할 정도를 벗어났다는 듯 말이다. 그러나 날씨는 그냥 날씨다. 평균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자연 현상을 완벽히 정리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전시 ‘퀀텀점프 2019 릴레이 2인전: 정재희 이상한 계절’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한 마디, ‘날씨가 이상하다’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평가하는 것일까? 실제로 날씨를 비롯해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이 이상해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문명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을까? 작가 정재희는 사계절(날씨)의 변화와 무관하게 일정한 온습도의 조건을 유지하는 인공적인 상황이 더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서로 반대되는 목표를 가진 전자제품들을 한 자리 모아놓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과연 정상적인 날씨란 것이 존재할까? 만약 인간에게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조건에 맞는 상태의 날씨가 1년 내내 유지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인 상황 아닐까?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촉발된 작가의 질문은 객관성과 주관성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과 자기중심성 등에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끝없이 열어놓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간(개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기억하는 모든 행위는 주관적이다. 모든 상황은 인과적인 관계 속에 놓여 있다. 그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변화와 의미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상한 계절’, 2019, 가변크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히터, 선풍기,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실외기, 진짜와 가짜 식물, 인조잔디, 화분, 선반, 벤치, 콘크리트 좌대, 이미지 제공 = 정재희

“사회와 자연은 따로따로 아니라 하나”
정재희 작가와의 대화


Q. 전시 ‘이상한 계절’은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와 습도, 공기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한 것임을 환기시킨다. 맞는 이야기다. 자연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고 인간은 자신이 살기에 편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쾌적한 상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물론 이것이 인간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망가뜨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에 의해 자연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업뿐 아니라 이전 작업들을 봐도 인공(문명)과 자연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A. 내가 관심을 갖는 사물들이 내게 비춰주는 세계가 주로 그런 것 같다. ‘이상한 계절’의 경우 사회와 자연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의 인지 여부에 따라 세상을 마주하는 우리의 태도도 변한다. 자연과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보단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 나아가 사회의 관점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 그리고 인간들이 구성하는 사회는 주관적이다. 오히려 자연이 객관적이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다. 이것이 이번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이다. 그렇다고 전시 ‘이상한 계절’이 특정한 답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다. 예술은 예술 나름의 소통방식이 있다. 나의 경우는 함축적인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관객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이상한 계절’, 2019, 가변크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히터, 선풍기,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실외기, 진짜와 가짜 식물, 인조잔디, 화분, 선반, 벤치, 콘크리트 좌대, 이미지 제공 = 정재희

Q. 오늘날 활동하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상대적이고 다원적인 입장을 취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작품의 의미 외에 관객들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길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의도를 묻는 것은 고정된 메시지를 전달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작가가 이 작업을 어떤 이유에서 시작하게 되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진행했는지 알고 싶어서다. 의미를 닫으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의미를 생성하는 데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A. 작가의 착상은 의미, 또는 현상에서 시작된다. 이 둘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이번 작업 같은 경우에는 현상이 먼저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이를 의미와 결합하고 결합한 의미를 통해 현상을 재조정했다. 작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의미와 현상만을 쫓지는 않는다. 큰 맥락 아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전시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끌어들이고 조율한다. 이번 작업의 의미 생성에서 중요했던 실마리는 ‘오늘 날씨가 이상하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었다. 이 표현을 나는 인간과 사회를 중심에 두고 자연에 반응하는 우리의 태도 정도로 여겼다. 그래서 반대로 자연을 중심에 두고 우리를 분별해 보려 한 것 같다.
 

‘이상한 계절’, 2019, 가변크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히터, 선풍기,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실외기, 진짜와 가짜 식물, 인조잔디, 화분, 선반, 벤치, 콘크리트 좌대, 이미지 제공 = 정재희

Q. 전시 소개 글에 ‘전시공간 안에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만을 위해 조성된 ‘이상한 계절’을 마주하게 한다’고 적혀 있었다. 실제 전시를 보니 제습기와 가습기, 전기난로와 에어컨, 선풍기가 서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위트 있는 연출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직접적으로 단순하게 모순적인 상황을 제시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A.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식이 나의 어법일 것이다. 가능하면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시하려 한다. 재료를 고를 때에는 질감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아마도 그것이 촉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질감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감각적인 부분이 이번 전시에서도 전자제품들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생산할 수 있고 전체 속에서 조화로울 수 있는 것들로 고르는 편이다. 즉각적으로는 표면이 읽힐 수 있겠지만 표면만을 전달하는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단순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상한 계절’, 2019, 가변크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히터, 선풍기,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실외기, 진짜와 가짜 식물, 인조잔디, 화분, 선반, 벤치, 콘크리트 좌대, 이미지 제공 = 정재희

Q. 세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벗어난 지적인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뿐 아니라 정재희의 전체적인 작업에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엘리트의 지적 유희처럼 보이기도 한다.

A.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내게 그런 면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물과 상황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지켜보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다. 그렇다고 내 작업이 현실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현실에 밀착된 소재들로 작업한다.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와 우리 삶의 여러 이슈를 연결해주리라 믿는다. 작업에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현실을 이해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이상한 계절’에 담긴 작가의 의도는 이해한다. 그런데 미술관도 매우 인공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혹시 야외로 나가 작업을 할 생각은 없는가?

A. ‘이상한 계절’은 기본적으로 인간만을 위한 인공적인 실내환경을 조성하는 전시이다. 그래서 주어진 공간이 이 전시를 담아내기에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를 살펴보면 전시공간과 야외 데크(deck) 사이에 유리로 된 벽이 있다. 유리벽은 전시공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동시에 분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유리벽을 추상화한 것이 이번 전시 포스터의 이미지이다. 이 밖에도 전시공간에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았고 그런 점들을 잘 활용하고 싶었다. 다가오는 경기창작센터 내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에 산업용 청소기를 활용한 작업을 전시할 예정이다. 청소기의 일부가 야외로 나가 나무에 걸쳐진다. 기본적으로 전시공간 선정에 있어 실내외를 따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Q.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을 자연, 환경과 관련된 이슈로만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전시의 제목에서부터 실제 식물과 인공 식물이 공존하는 상황, 인공의 바람과 습기가 존재하는 전시장에서 생태주의적인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그와 관련된 전시들이 주목을 받았다. 작가가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A. 생태주의와 관련해 이 전시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평소 다양한 대상에 귀 기울이며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편리와 효율만으로 주변의 대상들을 재단하면 그것이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이번 전시에도 이러한 태도가 기저에 깔려 있다. 나는 우리가 대상으로 삼는 어떤 존재가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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