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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부터 시작되는 공감

‘캠핑클럽’서 너무도 다른 네 멤버가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이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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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19.09.03 17:54:07

‘캠핑클럽’에서 다시 뭉친 핑클의 네 멤버는 90년대 핑클 활동 시절 서로 너무 다른 성격으로 갈등을 빚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진 = JTBC ‘캠핑클럽’

“뒤에서 같이 이야기해놓고 앞에서는 왜 말 안 하지? 얄밉기도 했어.” (이효리)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항상 (이야기가) 조금 셌어.” (성유리, 이진)
“우리 같은 성격은 너희가 그러잖아? 더 고조돼.” (이효리, 옥주현)

90년대 가요계를 점령했던 요정 그룹 핑클. 겉으로는 청순가련해보였던 4명의 멤버(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는 알고 보니 매우 다른 성격으로 핑클 활동 중 갈등을 빚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리더로, 팀을 이끌었던 이효리의 고백이 눈길을 끈다.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해 못 할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니야.”

JTBC ‘캠핑클럽’에서 다시 뭉친 핑클의 모습은 화제가 됐다. 특히 “서로 잘 맞지 않았다”는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네 멤버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특히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과거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핑클 멤버들은 솔직한 대화를 통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옥주현과 성유리는 “부러웠고 질투도 났다”며 다른 핑클 멤버들에 대한 열등감을 고백했고, 이효리는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봤으며,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진은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멀리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슈퍼스타 4명의 이야기에 시청자가 유독 공감한 건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이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두 용어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면서도 유독 잘 헷갈리는 말이기도 하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 그리고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다’를 뜻한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올바른 길로 끌어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과 그저 생각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틀리다’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

‘다르다’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공감의 여지를 열어둔다. 하지만 오지선다형 시험 문제처럼 옳은 답을 하나만 정해두고 ‘당신은 틀렸다’고 하는 태도는 공감의 가능성을 애초에 닫아버린다. 과거 이효리가 “나는 이런데 쟤네는 도대체 왜 저럴까?”라고 다른 멤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효리(왼쪽)는 이진에게 다른 멤버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했던 시절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JTBC ‘캠핑클럽’

이는 우리 대부분이 과거도, 오늘도 겪고 있는 일들이다. 당연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로서 직접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로 인해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과 겪게 되는 수많은 경험들에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이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것 같아 매우 쓰라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날을 세우고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고 외치며 ‘다르다’와 ‘틀리다’를 더욱 혼동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이때 중요한 것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는 동시에 공감의 태도 또한 잊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던 이효리가 이진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혼자 있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이진에게 위로를 받은 이효리 또한 “잘 되는 다른 멤버들을 보면 내가 핑클에 누가 되지 않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고 털어놓는 성유리에게 “네가 그 자체로 있다는 자체가 핑클에겐 힘이 되는 것 아닐까?”라며 성유리를 자신의 방식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체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을 보고 “네 명의 멤버가 이렇게 성격이 다른지 몰랐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한 명이 성격이 잘못됐거나 틀린 게 아니다. 그저 성향이 매우 달랐을 뿐이고, 이제 이들은 다름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겠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가능성으로도 읽힐 수 있다. 내가 나 자신을 바꾸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 타인을 내 기준에 맞춰 고칠 수 있을까? 타인과의 관계에는 ‘맞다’, ‘틀리다’ 두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그렇기에 더욱 다름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시야로만 바라보던 세상을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캠핑클럽’이 단지 핑클 멤버들의 사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며 공감을 이끈 것도 이 가능성을 함께 바라보며 위안을 얻은 데서 비롯됐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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