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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수출규제 ‘서늘하고 긴 분노’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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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동근⁄ 2019.07.10 13:46:58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명시’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관계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이 판결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카드를 빼 들면서 가뜩이나 민감했던 양 측 관계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 에칭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것은 분명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죄는 결정이었다. 가뜩이나 경제 한파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여느 때보다 더욱 격렬한 ‘일본 불매 운동’의 불길이 타오를 분위기다. 언론에서는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반일’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대응은 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냉정한 ‘손익계산’을 통해 일본을 앞지르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지, 감정적인 대응으로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빌미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기전을 바라보고 완급 조절을 철저하게 할 필요도 있다.

사실 일본은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손해인데다, 대북관계가 과거 여느 때보다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도 한국과의 친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일본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출한 금액은 546억 달러(한화 약 66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액 305억달러(약 36조원)을 훨씬 뛰어 넘는다. 한국 내 무역수지로 보면 241억 달러(약 28조원)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정권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불매운동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뒤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은 오르고 손해가 크지 않다면 그 길을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일본 불매 운동’이다. 정부의 강성 대응은 자칫 국제사회에서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대응은 폭력적인 행위로만 치닫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로서도 항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방법이다.

게다가 다행히도 이번 일본 불매 운동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강력한 시위 형태의 반발도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서늘한 분노’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우선 ‘사는’ 쪽이 아니라 ‘파는’ 쪽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일본 제품 판매 중지’ 선언을 하고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일본산 제품 반입 거부’ 선언을 한 이후 이같은 움직임은 적극적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80여개 단위 협동조합과 3만여 명의 조합원이 있는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도 최근 불매운동을 선언했으며, 비교적 보수적인 이미지인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이 나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불매운동 자체도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매운동 리스트와 함께 배포되는 이미지가 ‘보이콧 재팬’에서 ‘아이러브 코리아’가 적힌 이미지로 바뀌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효과도 제법 있는 편이다. 그동안 일본 불매운동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큰 반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초기에 나왔지만, 아직 긴 기간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나오는 분위기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동안 일본과의 불화가 주로 감정적인 문제였다고 하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결정으로 시작된 양국의 대립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로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면 일본은 계속해서 비슷한 전략을 내 놓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불매운동의 성패는 얼마나 국민들이 끈기 있게, 그러나 평화적으로 이어가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관계가 조금 좋아졌다가나 하는 이유로 풀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기업과 개인들이 체감할 정도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일본 정부도 지지율을 생각해 ‘손해를 보더라도 강공책을 이어 가겠다’는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선언적 의미’로 더 이상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일본에 손해가 된다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고, 국민들도 ‘어차피 해도 안되더라’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발전은 선진 제도의 도입이나 훌륭한 지도자 이상으로 국민성이 좌우한다. 이번 악재가 국가 경제를 더욱 탄탄히 하는 한편,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자각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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