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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가전 옛말”… ‘개인’ 겨냥해 다채롭게 진화하는 가전업계

삼성전자·LG전자, 프리미엄 일변도 벗어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적극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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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1호 윤지원⁄ 2019.06.13 11:37:18

‘개인의 삶’이 가전 시장을 재정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고가의 초프리미엄 제품들을 내세워 글로벌 가전 시장의 선두그룹을 형성한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개인’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전략에 따라 신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펼쳐 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왼쪽)와 LG전자의 LG오브제 냉장고. (사진 = 각 사)


삼성전자: 각자의 색깔 맞춰주는 ‘프로젝트 프리즘’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생활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을 내세우고, 그러한 비전을 적용해 개발한 첫 번째 신제품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프리즘처럼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경험을 담은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연다”고 밝혔다.

단조로워 보이는 백색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갖가지 색상이 펼쳐진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프로젝트 프리즘’의 비전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 등 과거 흰색과 아이보리색 일변도의 디자인으로 ‘백색가전’이라 불리던 생활가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첫 신제품으로 공개한 비스포크 냉장고의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말이다.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하는 냉장고라는 뜻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다양한 모듈. (사진 =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는 1도어에서 4도어까지 총 8개 타입의 모델들로 구성되며, 각 모델은 깊이와 높이를 일정하게 통일했다. 소비자는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냉장·하냉동 방식의 2도어 제품을 사용하던 1인 가구 소비자는 결혼, 출산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늘어남에 따라 1도어를 추가 구매하거나 4도어 제품을 붙여 사용해도 원래부터 하나의 제품인 것처럼 전체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도어 전면 패널을 3가지 소재와 9가지 색상으로 다양하게 마련해 소비자는 이를 구매 시점에 선택할 수도 있고, 추후 교체할 수도 있어 언제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내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가전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공개하면서 국내 유명 가구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 6인과 협업을 통해 만든 개성 넘치는 도어 전면 패널 디자인도 함께 선보였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현재 제공되는 타입과 소재, 색상만으로도 수만 개의 조합이 가능하다. 여기에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 협업 디자인이 계속해서 추가될수록 그 조합은 더 다양해진다. 주방이 무한히 넓다면 이론상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하다. 취향과 개성,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개인 소비자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냉장고를 가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소비자의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QLED 4K, 8K 등 초대형·초고화질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 소니 등과 경쟁하는 한편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더세리프 TV, 더프레임 TV 등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이들 TV는 단지 제품의 외관 디자인에만 공을 들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고, TV 본연의 기능을 하지 않을 때(껐을 때) 그 공간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TV '더 세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더세리프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로낭 & 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2016년 첫선을 보였으며, 세리프체 I자를 닮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뉴욕 현대미술관의 모마스토어에서 베스트 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시판을 시작한 2019년형 신모델은 Q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초고화질을 구현했으며 최근 대형 TV 수요가 높은 것을 반영해 기존의 32인치와 40인치형이 아닌 43·49·55형으로 선보이고 있다.

더 프레임은 TV를 시청하지 않는 동안 시커먼 가전제품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스며들게 했다. 이를 위해 액자(프레임)처럼 디자인되어있을 뿐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실제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별도의 전용 앱스토어를 통해 예술 작품을 구매하거나 구독할 수 있게 했고, 영국 테이트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 및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1000점 이상의 다양한 작품을 더 프레임 전용으로 공급하여 아트 유통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지난달 27일 출시한 TV 신제품 ‘더 세로’는 스마트폰의 세로화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이들이 생산하거나 향유하는 세로 버전 콘텐츠를 고려해 스크린을 세로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 케이블, IPTV, OTT 등을 시청하는 TV 본연의 기능 외에도 게임, SNS 등 자기 스마트폰의 다양한 콘텐츠를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술을 이용한 미러링 기능을 지원한다.
 

'내 방 안의 프리미엄 가전' LG오브제. (사진 = LG전자)


LG전자: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 ‘LG 오브제’

LG전자 역시 개인을 중심에 둔 가전 라인업을 새로운 브랜드로 내세워 높은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LG오브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LG오브제는 ‘프리미엄 프라이빗 가전’을 표방하면서 작은 사이즈에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을 담아 1인 소비자를 겨냥한다.

LG오브제는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오디오, TV 등의 라인업을 갖췄다. ‘가구를 닮은 가전’이 디자인의 주된 콘셉트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참여해 소재 선정 및 디자인 완성도 등을 도왔다. 원목과 무광 메탈 소재는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집안의 다른 가구들과도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콘솔을 닮은 TV를 제외하면 나머지 제품은 모두 협탁을 닮았으며, 얼핏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통일감을 갖추고 있다.

협탁을 닮은 세 제품의 사이즈에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하지만 크기가 크지 않다는 것. 특히 LG오브제 냉장고의 용량은 40L에 불과하다. LG전자의 주력 초프리미엄 브랜드인 시그니처 양문형 스마트 냉장고의 전체 용량 840L와 비교하면 5%에도 못 미치는 용량이다.

이 사이즈의 냉장고는 1인 가구, 그것도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가 적지 않을 테지만 기존 소형 냉장고는 대부분 기능 및 성능은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저가형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의 요구와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했다.
 

LG오브제 제품 라인업. (사진 = LG전자)


LG오브제가 겨냥한 것은 좀 더 뛰어난 1인용 제품을 원하면서 프리미엄 제품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다. 이러한 소비자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인 가구의 구성원이면서 가족이 함께 쓰는 대형 제품 외에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추가로 원하는 소비자도 포함된다.

TV도 마찬가지다. 거실이나 안방에 가족이 함께 보는 대형 TV가 이미 갖춰져 있어도 자신이 보고 싶은 다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별도의 고급 TV를 자신만의 공간에 추가로 마련하고자 하는 개인의 수요가 존재한다. LG오브제의 TV는 좁은 공간에 프리미엄 TV를 갖출 경우 수납공간이 부족해지는 소비자를 위해 스크린 뒤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LG오브제 론칭 행사에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50~60대 은퇴 세대들의 구매력이 올라가고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질, 삶의 편리성에 부합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LG오브제는 출시 후 두 달 만에 내부 목표치 다섯 배의 매출을 올렸다.
 

아티스트그룹 '슈퍼픽션'(SUPERFICTION)'과 콜라보한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 = 연합뉴스)


‘가족’ 아닌 ‘개인’ 소비자 타깃

프리미엄 가전의 소형화, 개인화는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는 행보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7명이다. 1인 가구,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 노인 부부만 사는 가족 등이 계속 증가하면서 나온 수치다.

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8’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61만 9천 가구, 전체 가구 가운데 2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다가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해 2020년 600만 가구, 2030년 700만 가구, 2045년엔 8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과거의 1인 가구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청년 세대 위주의 한시적 1인 가구가 많았지만 갈수록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영구적 1인 가구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가구 형태 가운데 이들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주요 가전제품은 그동안 주로 가족 단위, 또는 가구 단위의 구매가 이루어져 왔다. 4인 이상 가족 구성원이 많은 집은 대개 이들 가전을 각각 1~2대 구매해서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한시적 1인 가구는 결혼과 출산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 더 좋은 대형 제품을 장만하기 위해서 임시로 사용할 저가의 소형 제품, 또는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과거 가전 시장의 수요는 대부분 대형 제품에 집중되어왔다.
 

백화점의 1인가구 전용 주방제품 코너. (사진 =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미혼 및 비혼 1인 가구, 딩크족, 노인 부부 등은 오랫동안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장만하고자 한다. 다만 2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가족들에 비해 거주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해 기존의 대형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

따라서 업계가 지금 가족이 아닌 개인 소비자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시장 재편이 예견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표준화된 기존 대형 가전의 수요는 줄어들고, 부피는 작아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소형 가전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더불어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들어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가성비(실속) 및 취향 등의 가치도 시장 변화에 반영될 전망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불필요한 기능을 다수 탑재한 제품보다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원하는 기능만 실속 있게 갖춘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

실제로 국내 가전 시장은 이미 소형 가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가전 전체 매출은 9조 63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반면 소형 가전 매출은 1조 8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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