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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오비 vs 하이트…발포주 시장 최후승자는 누구

필라이트 독주에 제동…롯데주류도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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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6호 이동근 기자⁄ 2019.02.11 10:15:37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동근 기자)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로 독주하던 발포주 시장에 OB맥주가 2월 ‘필굿’ 출시를 예고하면서 주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필라이트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17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총 4억캔이 팔린 ‘히트상품’이다. 발포주 시장의 규모는 연간 2000억원대다. 이 시장을 지금까지 하이트진로가 ‘독점’해 왔다. 하지만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발포주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OB맥주는 1월 16일, 신제품 발포주 ‘필굿’(FilGOOD)’를 2월 중 출시한다고 밝혔다. OB맥주의 발포주 발매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던 터라 업계는 어떤 제품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맥아비율은 9%에 알코올도수 4.5도, 가격은 355㎖ 12캔 기준 1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미 출시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진로하이트의 ‘필라이트’와 스펙과 가격 모두 쌍둥이처럼 흡사하다.

OB-하이트 모두 ‘제 살 깎기’ 우려

사실 필라이트 출시 초기인 2017년만 해도 발포주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OB맥주 측에서는 2017년 4월 “(발표주는) 맥주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저렴한 발포주가 출시되면 기존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신제품이 빼앗아가는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시장잠식)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OB맥주의 캐니벌라이제이션을 피하기 위한 고민은 ‘필굿’ 제품 패키지에도 녹아 있다. 필굿 제품 상단에 보면 발포주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를 영어로 표기한 ‘HAPPOSHU’ 라는 단어가 눈에 띄게 적혀있는데, ‘이 술은 맥주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캐니벌라이제이션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필라이트’가 업소용으로 시판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기존 제품이 잘 팔리는 업소에는 발포주를 공급하지 않고, 국산 맥주가 가격 면에서 장점이 없어 수입 맥주와 경쟁이 치열한 마트·편의점 시장에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발포주에 대한 기준도 국내 발포주 출시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옆 나라 일본에서는 맥주로 분류되려면 맥아 기준이 67%를 넘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된다. 따라서 맥아가 10%도 안 되는 국산 발포주가 맥주보다 맛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이 때문에 국내 맥주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OB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일본에 발포주를 수출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 발포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그런 우려가 있더라도 1위 업체와의 간격을 줄여보려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손해를 보더라도 1위 업체보다는 부담이 덜 하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엿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리도 (캐니벌라이제이션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경쟁사(OB맥주)가 더 많았을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필라이트는 가정용 시장에 한정해서 팔았고,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발포주 성공 비결은 싼 가격

하지만 맥주 시장에서 2위 자리에 머물렀던 하이트진로는 과감하게 발포주 제품을 출시했고, 예상 이상으로 제품은 잘 팔렸다.

‘1만원에 12캔’이라는 공격적인 가격 책정을 무기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필라이트’는 출시 2달 만에 1000만캔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해까지 총 4억캔이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신제품인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했고, 출시 72일만에 3000만캔 판매를 돌파하며 전작보다 두 배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캐니벌라이제이션 현상보다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생겨났고,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외산 맥주의 점유율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리는 주로 수입 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영업장 판매는 염두에 안 두고 있다. 그쪽(OB맥주)도 가정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필라이트’ 출시 2년 뒤인 올해 1월, 시장 1위인 OB맥주도 결국 하이트진로의 제품과 유사한 스펙의 발포주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발포주 소비 시장이 확실히 존재함을 인정했다.

OB맥주 관계자는 “고급 맥주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싸지만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있다. 발포주는 맥아는 좀 적지만 기존 맥주와 맛의 형태는 비슷하고, 가격은 거의 절반 가격”이라며 저렴한 발포주를 선호하는 층이 있음을 인정했다.

OB맥주 “맛으로 차별화”
하이트 “선점 효과 있다”


발포주 시장이 확인된 이상 이제 시장의 관심은 맥주 시장 1, 2위의 회사들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쏠린다.

도전자 입장인 OB맥주는 선발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맛’을 내세울 전망이다. OB맥주 측은 필굿 출시를 밝히며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OB맥주 관계자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포주 시장을 선점한 하이트진로 측은 ‘선점 효과’를 기대하며 추이를 보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미 신제품인 ‘필라이트 후레쉬’까지 발포주 라인업을 2개나 보유하고 있어 유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미 선점 효과가 있고, 발포주 시장을 처음보다 몇 배 성장 시킨 전력이 경쟁사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발포주 대명사가 (필라이트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코끼리로 인지돼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번째 경쟁자의 참여도 업계에서는 관심거리다. 발포주 시장이 지속적해서 성장할 경우 시장 3위인 롯데주류의 추가 참전도 가능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롯데주류 측은 발포주 출시에 대해 긍정하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부정도 하지 않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고집부리면서 안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 맥주 생산 설비 다 갖고 있어서 출시를 안 할 이유는 없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세법 바뀌면 불리해질듯

다만 발포주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없지는 않다. 결국 세금 문제 때문에 저렴한 제품이 나왔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일시적 현상이 지나가면 결국 맥주로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발포주와 맥주의 생산 원가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세금 때문에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국내법상 맥주는 주세가 72%에 달하지만 맥아 함유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주세가 30%만 붙는다. 결국 가격을 제외하면 발포주가 갖는 메리트는 거의 없다.

실제로 정부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주세 조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세 조정 결과에 따라 수입맥주의 가격 메리트가 없어질 경우 업체들 입장에서는 굳이 저렴한 제품을 내놓을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발포주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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