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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전시] 오수환 작가의 화려해진 화면들 사이 ‘대화’

가나아트센터서 ‘대화’ 시리즈 신작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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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김금영⁄ 2018.06.28 09:21:38

오수환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이질적인 두 화면을 배치시켜 대치를 이뤘던 오수환 작가의 ‘적막’ 연작. 이번 전시에도 두세 개씩 함께 걸려 있는 화면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적막’이 대치된 화면 속 침묵을 드러냈다면, ‘대화’ 연작은 침묵을 깨고 서로 말문을 열기 시작한 느낌이다. 색채와 기호와 어우러진 그림들은 따로 걸려 있지만 하나로 이어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하다. 작품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건네는 오수환 작가의 개인전 ‘대화’가 가나아트센터에서 7월 15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1980~90년대 ‘곡신’ 연작부터 2000년대 ‘적막’ ‘변화’ 연작까지 지난 40여 년 동안 추상 화면에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적막’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화’ 연작 중 2016년 이후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따로 걸려 있지만 하나로 이어져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화' 연작.(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해진 색채다. 작가는 검정색에 천착해 20여 년의 세월을 흑백 화면에 집중해 왔다. 그래서 ‘곡신’ ‘적막’ 연작은 서양화임에도 불구하고 수묵화 같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전 그의 작업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화려해진 색채가 눈부실 정도다. 작가는 “동양 작가로서 서양 작가들과 어떻게 다른 걸 보여줄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작업을 늘 생각했고, 그래서 더 흑백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의 관심은 더 확대되기 시작했다. 당나라 시대의 삼채, 명나라 시대의 오채, 우리 전통의 오방색 등 동아시아의 전통 채색에 눈길을 돌린 것. 작가는 “극동 아시아 지역에서 쓰인 전통 색채들을 불화, 무속화 등에서 볼 수 있었다. 수묵화를 볼 때의 차분함과는 또 다른 생동감 있는 표현에 관심이 갔고, 채색을 점차 다양하게 시도해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수환, '대화(Dialogue)'. 캔버스에 오일, 193.8 x 130.2cm. 2018.(사진=가나아트)

색을 많이 쓰면서 그토록 차별화를 두려 했던 서양화와 다를 게 없어진 건 아닐까? 작가는 여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항상 가능하면 이전 것과는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 흑백에서 채색으로 이동한 것도 그 과정의 일환이다. 채색할 때도 서양 작가들이 쓰는 채색과의 차별화를 고민했다. 그 결과가 여백이다. 서양 작가들은 대개 여백을 남기지 않고 캔버스를 다 덮는데, 동양화에서는 여백을 중시한다”며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서 못할 일이 없고 뭐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어떻게 지속하는지가 작업에서의 내 목표”라고 말했다.

 

색은 이전보다 화려했지만 작가의 작업을 이뤄 온 기본 토대는 여전하다. 작가는 실존철학, 현상학, 노자·장자 사상, 한학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만물의 근원이란 결국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무(無)의 상태와 다름없다”는 인식에 도달했고, 이를 추상이라는 조형 언어로 제시했다.

 

오수환, '대화(Dialogue)'. 캔버스에 오일, 193.8 x 130.2cm. 2018.(사진=가나아트)

황폐해진 현대인 그리고 자연과의 대화

 

오수환 작가의 개인전 '대화'가 열리는 전시장.(사진=김금영 기자)

작가는 기교를 부리는 데 집중하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는 태도를 버리고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눈을 감고 그리거나 화면에 물감을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그림 그리는 태도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 경계에 있다. 작가는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마음 깊숙한 곳 무의식이 인간을 구성한다고 말했다”며 “그림을 그릴 때 주변 환경 등을 의식하며 인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림을 구상했다. 그래서 우연성이 화면 전체에 도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작가가 화면 위에 구축하는 유토피아는 바로 ‘자연’이다. 작가는 평소 박물관을 자주 가곤 하는데 고대의 드로잉, 유물 등을 보기 위해서다. 과거의 흔적들 속 자연을 느끼고,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갔던 인간의 심성이 느껴진다고 한다.

 

오수환 작가의 '대화' 연작이 설치된 모습. 작가는 작품에서 자연과 고대 문명 그리고 인간을 대화의 상대로 삼는다.(사진=김금영 기자)

작가는 “인간은 현대화될수록 여러 이해 문제가 끼어들고 황폐해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인간으로서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절은 지금 사회보다 청동기 이전의 원시 사회가 아니었을까? 복잡한 이해득실 계산 없이 그저 하루를 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아먹고 자율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살았다. 고대 문명에 관심을 갖는 건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특히 동굴 벽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자연 상태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서 그려진 그림에서 착한 심성이 느껴진다고. 작가는 “현실은 질서와 지식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다. 현대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질서와 무질서, 의식과 무의식 등 여러 측면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며 “원시 회화에서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른 천재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난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혼란스러운 이 사회에 ‘물질만이 만능인가?’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여러 질문을 그림으로 제시한다. 우리가 잊어버린 자연의 감각, 순수성들을 되찾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오수환, '대화(Dialogue)'. 캔버스에 오일, 193.8 x 130.2cm. 2018.(사진=가나아트)

그래서 작품과 전시 제목도 ‘대화’다. 작가는 작품에서 자연과 고대 문명 그리고 인간을 대화의 상대로 삼는다. 가나아트 측은 “작가에게 자연은 언어와 문자로 정의될 수 없는 근원 그 자체이며, 고대 문명은 동굴 벽화나 유물에서 반복돼 나타나는 선과 같이 원초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는 무형의 자연과 과거의 문명, 인간의 심연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자 선적인 추상 기호를 중첩하고, 원색의 색채를 겹겹이 발랐다”며 “완성된 화폭을 작가는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표현하며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즉 대화할 수 있는 추상화를 완성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작가에게 그림이란 ‘세계를 보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 한다. 그는 “세계에 관해서 또는 세계에 있어서 보다 많은 것을 보도록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근원적 사실에 하나씩 인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며 “온갖 욕망의 범람으로 황폐해진 현대인이 그림을 보면서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그림의 의미를 해석하고 형태를 찾기 위해 파고들기보다는 대화하듯 작품과 감각적으로 소통하길 바라고 있었다. 잠시나마 자연을 느끼고,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경험하는 여유, 그것이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말하는 ‘대화’다. 한편 가나아트 한남에서는 7월 11~27일 오수환 작가의 드로잉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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