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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보안’ 때문에 친족회사에 일감 몰아줬나

업계 “다른 바이오 업체는 안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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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2호 정의식⁄ 2018.06.14 16:07:44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월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서밋'에서 자사의 글로벌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주요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최근 대기업집단에 합류한 바이오업계 대표주 셀트리온은 이 문제의 심각성에 관심이 없어보인다.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내부거래 규모를 지적받는 가운데 최근에는 친인척이 소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셀트리온 측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도를 넘은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잘나가는’ 셀트리온의 아킬레스건

 

국내 바이오업계 대표주 셀트리온의 질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램시마’와 ‘허쥬마’, ‘트룩시마’ 등 주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국내외에서 잇따른 성공을 거두고 있고, 이에 힘입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추진 중이다.

 

올해 2월 코스피 이전 상장에 성공하며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시가총액은 34조 8601억 원(6월 14일 기준)으로 현대차와 포스코를 앞지른 코스피 3위다. 바이오업계 대표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코스피 6위)도 따돌린 지 오래다.

셀트리온 본사 입구. 사진 = 셀트리온

잘나가는 셀트리온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건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부터 셀트리온을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총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및 비상장사 공시 의무 등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셀트리온이 이전부터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는 것. 

 

60개 대기업 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 1위 불명예

 

최근 기업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 5조 원 이상 60대 대기업집단의 2017년 국내 및 해외 계열사 내부거래 규모는 총 543조 7960억 원으로,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 1573조 5470억 원의 34.56%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가장 내부거래 규모가 큰 대기업집단은 196조 2540억 원을 기록한 삼성그룹이었으며, SK그룹(87조 4040억 원), 현대차그룹(78조 7670억 원), LG그룹(69조 2440억 원) 등 재계 4대 그룹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매출 규모와 비교해 내부거래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그룹이었다. 셀트리온은 전체 매출 1조 9820억 원 중 국내 계열사간 매출이 8580억 원으로 43.31%에 달해 SK그룹(26.92%)과 중흥건설(26.74%), 호반건설(24.99%), 넷마블(22.07%) 등 내부거래가 비교적 많은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셀트리온 지배구조. 자료 = NH투자증권

셀트리온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 특유의 판매구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일단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량 구매하고, 이후 전세계 제약사와 대형 병원에 재판매한다. 셀트리온은 손쉽게 높은 영업이익을 얻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막대한 재고를 떠안는 구조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셀트리온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받아 왔지만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초기의 리스크 분담과 글로벌 의약품 유통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설명해왔다. 대부분 투자자들도 이런 구조를 인식하고 있어서 어찌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티에스이엔씨‧티에스이엔엠은 어떤 회사?

 

문제는 셀트리온의 내부거래가 단순히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 경영 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60대 대기업집단 소속 225개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분석한 결과 "친족이 운영하는 계열사들을 통해 또다른 내부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과 내부거래가 이뤄진 기업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스킨큐어, 티에스이엔씨, 티에스이엔엠 등 4개사인데 이 중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은 친족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티에스이엔씨는 대표자 박찬홍 씨가 2005년 7월 13일 설립한 종업원 수 34명 규모의 회사로, 설립과 동시에 셀트리온 계열로 편입됐다. 환경설비건설업이 주업으로 폐수처리 설비공사, 환경 컨설팅 및 공장 유지보수, 상가건물 임대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티에스이엔씨(위)와 티에스이엔엠의 동일한 임원 현황 명단. 자료 = DART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처가쪽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박찬홍 씨와 최승희 씨가 지분 70%와 30%를 각기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서 회장이 개인 소유한 회사로 간주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 내역을 들여다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50.1%에 달한다. 자회사 티에스이엔엠에게 30억 원, 셀트리온제약에게 1억 원을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지급받았다.

 

티에스이엔엠은 티에스이엔씨가 60%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나머지 33%는 박찬홍 씨 몫이다. 모회사 티에스이엔씨보다 앞선 2003년 2월 5일 설립됐으며 종업원 수는 63명 규모다. 역시 설립과 동시에 셀트리온 계열로 편입됐다. 이 회사 역시 주업은 환경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로 시설 관리가 대표 사업이다. 

 

티에스이엔씨(위)와 티에스이엔엠(아래)의 계열사 간 거래 내역. 자료 = DRAT

티에스이엔엠도 내부거래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 73억 원은 모두 셀트리온으로부터 시설 관리 명목으로 수의계약을 체결, 현금으로 지급받았은 금액이다. 

 

특기할 만한 건 티에스이엔씨와 티에스이엔엠 임원진이 모두 대표이사 박찬홍, 사내이사 최승희, 감사 박상민 등 3인으로 동일하게 구성됐으며, 기업 주소지와 홈페이지까지 동일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한 회사인 셈이다.

 

앞서 서 회장은 2017년 공정위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티에스이엔씨, 티에스이엔엠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공정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셀트리온 “보안 때문” vs 업계 “정상 아냐”

 

주요 생산시설과 공장에 대한 시설관리 업무를 사실상 한 회사인 티에스이엔씨, 티에스이엔엠에 나눠 맡김으로써 ‘일감 몰아주기’를 시도한 정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업무는 기업이 직접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공개입찰 등을 거쳐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친족을 통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수의계약으로 업무를 위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 사업의 특성 상 신기술 보호 등 보안상의 이유로 초창기부터 믿을만한 기업에 업무를 맡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시각을 경계했다.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다”며 크게 문제시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티에스이엔씨, 티에스이엔엠 홈페이지의 대표이사 인삿말. 사진 = 인터넷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다루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보안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방식의 일감 몰아주기가 다른 바이오 기업에서도 행해지는 일반적인 상황일까?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 상 보안이 중요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보안 업무를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 관계자도 “보안은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추후 외부 위탁도 검토 중”이라며 “친족기업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업계에서 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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