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66) 브라질] 쾌적 수도 브라질리아의 건축디자인 향연

  •  

cnbnews 제582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8.04.09 10:14:06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일차 (서울 출발 → 베이징 도착)


아득히 먼 남미


인천공항에 안개가 가득해 항공기 출발이 한없이 지연된다. 주로 단거리 중국행 항공기들이 출발하는 1터미널 탑승동 한켠은 게이트마다 여러 편의 지연 승객들이 쌓여 대혼잡이다. 중국인지 한국인지 구분 못할 지경이다. 늘 불평하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싼 가격에 끌려 중국 항공기를 타기 벌써 여러 번째다.


한국에서 브라질은 지구를 정확하게 반 바퀴 도는 아득히 먼 길이다. 에어차이나(Air China)로 베이징까지 2시간 30분, 베이징 공항에서 8시간 환승 대기, 베이징에서 마드리드 12시간, 그리고 마드리드에서 상파울루 10시간…. 순 비행시간만 25시간, 대기 시간 합치면 33시간이 걸리니 비장한 마음으로 항공기에 오른다.


불편한 베이징 공항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은 크기만 할 뿐, 이용자에게는 쾌적할 것 없는 공항이다. 인간을 배려하지 못한 무지막지한 공간 구조에 침침한 조명, 썰렁하게 추운 실내까지…. 방금 떠나 온 인천공항과 무척 대비된다. 게다가 출입국 공안과 보안 검색 요원들의 불친절도 악명이 높다. 거의 통하지 않는 영어, 무례한 손동작, 부실한 안내 방송 등 어느 것 하나 소위 ‘대국’ 수도의 공항과는 거리가 멀다. G1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고 있지만 아직 이 나라는 멀었다는 평소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2일차 (베이징 → 마드리드 → 상파울루 → 브라질리아 도착)


아, 에어차이나


베이징 출발 상파울루 행 에어차이나 항공기는 한없이 지연된다. 안내 방송은 물론이고 전광판도 당초 스케줄만 고지할 뿐 업데이트가 안 되니 승객들은 우왕좌왕 한다. 결국 예정보다 세 시간 늦게 출발하더니 두 번째 마드리드-상파울루 구간 또한 한없이 지연한다. 여기서도 아무 설명도, 사과도 없다. 무지막지한 그들만의 방식과 서비스 정신 부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서울을 떠나 상파울루까지 36시간 걸렸다. 당초 무모한 항공 스케줄이지만 별 탈 없이 소화해낸 나 자신에게 고맙다. 


 

TV타워에서 도심 방향으로 바라본 브라질리아 풍경. 사진 = 김현주

두 번째 남미 대륙 입성


일생에 한 번 가기도 어려운 남미 대륙에 두 번째로 발을 딛는 감격을 누린다. 브라질은 남한의 85배, 세계 5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생겼다. 에어차이나의 연착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벨렝(Belem) 행 항공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다행히 친절한 브라질 항공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다.


골(GOL) 항공사 직원은 두 말 않고 대안 루트를 찾아준다. 당초 첫 목적지 벨렝을 포기하고 두 번째 목적지 브라질리아(Brasilia)로 곧장 가는 것으로 결정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브라질은 대국이거니와 사람들이 무척 여유롭고 친절하다. 5년 전 첫 번째 남미 여행에서도 느꼈던 것을 변함없이 확인한다. 머나먼 남미를 찾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다인종 국가


브라질리아 행 항공기 승객은 백인, 혼혈(물라토, mulato), 흑인 등 인종이 매우 다양하다. 브라질은 한때 신대륙에서 노예 제도가 가장 널리 시행된 곳으로서 아프리카에서 송출된 노예의 대부분이 브라질 북동부 해안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노예를 받기 시작했고, 노예 해방도 가장 늦게 이루어진 악명 높은 곳이었다.


이민도 오랜 기간 유럽계 백인들만 가려서 받았던 나라다. 그러나 훗날 이 나라는 인종 차별이 없는 땅을 실현했다. 그렇다고 인종에 따른 차이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브라질에서 인종은 곧 사회 계층과 밀접해 “피부가 짙을수록 사회 계층이 낮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지구상 어디나 그렇듯 인종과 계층 문제는 교육과 축적된 사회 자본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3일차 (브라질리아)


상상력의 결정체 vs. 환상의 섬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는 1956년 계획돼 4년의 대역사 끝에 1960년 완성됐다. 도시는 호텔 구역(sector), 대사관 구역, 은행 구역 등으로 구획돼 있고, 독특한 현대 건축물과 도시 설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건축물과 조형물들은 대부분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이에르(Oskar Niemeyer)의 작품이다. 사려 깊은 도시 설계는 인공 호수까지 만들었는데 이것은 용수 확보와 함께 건조기에 부족해지는 습기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혹자들은 낙관적 유토피아의 도시, 환상의 섬(fantasy island)이라고 비아냥하면서 인간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장소만 있고 공간이 없는 도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브라질 세 번째 수도


의회, 법원, 대통령궁 등 3부 기능이 모두 있고 124개의 각국 대사관도 자리 잡고 있다. 브라질 국가 설립 이후 포르투갈 시절의 수도인 사우바도르(Salvador, 1549~1763), 두 번째 수도인 리우(Rio de Janeiro, 1763~1960)에 이어 세 번째 수도다.


인구 밀집 지역인 남동부 해안을 벗어나 내륙 개발을 위해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19세기 중반 이후 줄곧 제기돼 왔으나 결단을 내린 것은 쿠비체크(Juselino Kubitschek) 대통령이다. 원래는 50만 명 수용을 예상하고 건설했으나 도시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현재 광역 250만 도시가 됐다. 다행히 도시는 아직은 쾌적하지만 늘어나는 인구와 준비되지 않은 도시 개발로 위성도시들은 가난하고 혼란스럽다고 한다.


 

쿠비체크 기념비. 뒤로 쌍둥이 의회 건물이 보인다. 사진 = 김현주

절묘한 입지


도시 탐방을 시작한다. 도시는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뾰족이 다른 교통수단이 없으니 걸어 다니기로 한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다. 브라질 중부 고원에 위치한 브라질리아는 남위 16도로 아열대 기후대이지만 해발 고도가 높아(1172m) 지금 남반구는 한여름인데도 오늘 낮 최고 26도, 밤 기온은 17도를 예상한다. 무더위나 열대야 같은 극한 기후가 없고, 게다가 건조한 지역이라서 성가신 모기나 날벌레도 거의 없으니 도시의 지리적 입지가 절묘하다.


격자형 계획 도시


도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중심축인 모누멘탈 축(Axio Monumental) 중앙쯤에 위치한 TV 타워에서 탐방을 시작한다. 작은 언덕 위에서는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널찍한 편도 7차선 도로인 동서 축이 도시 중앙을 관통하고 여기서 남북 방향으로 도로가 뻗어나가는 단순한 격자형 구조라서 헤맬 일은 없다. 하늘에서 보면 항공기나 새를 형상화한 도시 설계라고 하는데 동서축이 항공기 동체라면 남북측 도로들은 날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TV 타워부터 3부 광장까지


모누멘탈 축을 따라 각종 정부 건물들과 상징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고 동쪽 끝은 3부 광장(Praça dos tres Poderas, Square of Three Powers)으로서 상하 양원 의회, 대통령궁, 그리고 대법원 건물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두 개의 의회 타워 쌍둥이 건물로, 두 건물 사이로 해가 떠오르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대법원 건물 앞에는 ‘편견 없는 정의’(blind justice)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눈길을 끌고, 법무부 건물은 기하학적 아름다움 이외에도 폭포가 떨어지도록 설계한 점이 특이하다.  

하늘 절대자를 향해 두 손을 모은 것을 형상화한, 여섯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대성당의 외관이 눈길을 끈다. 사진 = 김현주
브라질리아의 대표적 상징 건축물인 대성당 내부. 사진 = 김현주

그래도 브라질리아의 대표적 상징 건축물은 동서 축 중앙부에 위치한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이다. 하늘 절대자를 향해 두 손을 모은 것을 형상화한 여섯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경이롭다.

상층부를 절단한 피라미드 모습의 국립극장은 브라질리아의 대표적인 미래 지향형 상징 건축물이다. 사진 = 김현주
대성당 옆에 반구(半球) 모양의 흰 건물인 국립박물관이 자리잡았다. 사진 = 김현주

성당 옆 반구(半球) 모양의 흰 건물인 국립박물관(Museu Nacional)과 상층부를 절단한 피라미드 모습의 국립극장(Teatro Nacional)도 브라질리아의 대표적인 미래 지향형 상징 건축물이다. 21세기 지금 시점에 봐도 특이하고 경이로울 정도로 창의적인 건축물들로 가득 찬 거대 도시를 60여 년 전에 설계하고 건설한 브라질인의 상상력과 스케일에 경의를 표한다.


당시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브라질이 큰 맘 먹고 건설한 도시가 오늘날에 이르러 빛을 발하는 모습을 확인하며 숙소로 걸어 돌아온다. 무한한 녹지가 펼쳐진 열대 고원은 분명 축복받은 땅이다. 

 

(정리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 저널 FACEBOOK

CNB 저널 TWITTE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