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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기업] ‘뒷북 신용평가’ 투자자 피해 누가 책임지나

‘모르쇠 신평사들’ 메스 가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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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7호 이성호 기자⁄ 2017.12.26 09:56:52

▲신용평가회사가 평가절차 및 행위규제를 고의·중과실로 위반해 신용등급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 경우 이에 따른 투자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과함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사진은 12월 6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신용평가회사들이 제때 기업평가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불평이 높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신용등급을 내리는 ‘늦장 평가’가 대표적인 불만이다. 해결책은 없는지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CNB저널 = 이성호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 축조심사까지 마쳤다. 

지난 7월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서울신용평가 등 신용평가회사가 평가절차 및 행위규제를 고의·중과실로 위반해 신용등급에 현저한 영향을 미친 경우, 이에 따른 투자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부과함이 골자다.

이 같은 방안이 제기된 배경은 뭘까.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의 ‘늦장 등급조정’ 문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우조선해양을 들 수 있는데,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7월 29일 대규모 손실 발표 이후에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손실발표 직전인 7월 16일 신평사들은 이 회사 신용등급을 ‘A-’로 매겼다. ‘A-’는 투자 안정권에 해당되는 등급이다. 

이를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등으로 큰 손실을 봤다. 신평사들은 손실이 발표된 직후인 7월 30일에야 부랴부랴 ‘BBB’로 하향조정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또한 2015년 10월에도 신평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냈다며 뒤늦게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평사가 기업에 대한 사전 경보나 적시 경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으며, 신용평가서를 믿고 금융투자상품을 취득하거나 처분한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피해구제를 받을 길은 막막하다.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상 신평사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 신용평가서는 미래의 기업의 채무상환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과거 사실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목적으로 하는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 등과는 달리 배상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투자자가 신평사의 부실평가 여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실제 신평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투자자가 승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위반하거나 신용평가서류에 거짓을 기록, 본래의 적정한 신용등급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신용등급을 부여한 경우 신평사에게 배상책임을 부여했다.  

특히 입증책임을 원고(피해자)가 아닌 피고(가해자)에게 전환해 위반행위가 신용등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신평사가 직접 입증하도록 명시했다.

정무위에 따르면 찬성 측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권리구제 강화 및 신평사의 신뢰도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남발로 회사 존립 위태로워”

반면, 부작용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부실평가에 대한 실효적 제재수단으로서 손배책임을 확대하고자 하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소송이 남발돼 신평사가 배상책임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변동성이 큰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를 아예 하지 않거나 차별화된 의견을 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를 상임위에 전달했다.

해외주요국의 경우 신평사에 대한 손배청구에 있어 입증책임을 전환한 사례는 없으며, 배상책임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입증책임의 소재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신평사가 손배책임을 지게 되려면 신용평가 등급에 고의·중과실이 있어야 하고 투자자가 그 신용평가 등급을 이용해서 의사결정의 주된 수단이었는지 인과관계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입증책임이 전환돼 (금융감독당국에 의해) 고의·중과실로 검사결과가 나오면 그 등급을 이용했던 투자자들은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모두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남소 가능성을 염려했다.

예를 들어 5만명의 투자자가 신용등급을 이용해서 모 상장사에 투자 했다 손실을 봤는데, 이를 신평사 책임으로 돌리며 당사자 전원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게 되면 신평사가 엄청난 ‘덤터기’를 쓰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법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당 신평사들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국내 4개 신평사들을 모두 합해 연간 약 800억원 시장규모에 불과하고 매출도 각 2~3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며 “입증책임도 전환돼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를 토대로 무조건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면, 손해배상 1건만 확정돼도 막대한 배상금으로 인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소송 남발에 대응키 위한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고, 또 소를 당하지 않기 위해 제한되고 보수적인 정보만 제공하게 되는 등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신평사들은 이 같은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 취합된 의견들은 조만간 열리는 정무위 법안소위에 제출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남소 및 신용평가의 보수화 등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CNB에 “무과실 등에 대해 직접 증명토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 장·단점이 있기에 다양한 소견들이 개진되고 있다”며 “(찬반이 팽팽해서) 상임위 통과 가능성을 본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50대 50”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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