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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워라밸’ 신(新)풍속도…중소기업엔 ‘딴 나라 얘기’

대기업만 ‘저녁이 있는 삶’? 노노(勞勞) 간 양극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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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6호 김주경 기자⁄ 2017.12.19 09:30:55

▲워라밸 열풍으로 취업준비생들은 연봉은 적더라도 야근이 적은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채용박람회에서 기업정보를 살피는 지원자들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주경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직장문화를 바꾸고 있다. 금융·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야근 없애기’, ‘유연근무제 도입’, ‘육아 휴직제 개선’ 등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직원복지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라 곳곳서 잡음도 들린다. ‘워라밸’이 과연 기업문화를 혁신할 수 있을까.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은 요즘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의 주요 관심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말 취업포털 ‘사람인’의 선호 직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연봉이 높고, 야근이 잦은 기업’(11.8%)보다 ‘연봉은 적더라도, 야근 적은 기업’(65.5%)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요 대기업그룹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워라밸트렌드에 맞춰 기업문화를 정비하고 관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워라밸의 대표적인 형태는 ‘유연근무제’와 ‘육아휴직 확대’ 등이다. 전경련이 최근 조사한 ‘30대 그룹 유연근무제 현황’에 따르면 자산순위 30대 그룹 중 삼성, LG, SK, 롯데, 포스코, 한화, KT, 두산, 신세계, CJ, LS, 대우조선해양, 현대, KCC, 코오롱 등 절반 이상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본사 차원에서 유연근무제를 전면 도입해 하루 4시간 기본으로 근무하되, 주 40시간 범위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하도록 했다. 안식년 제도도 함께 시행해 만 3년 이상 근속자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무급으로 1년간 쉴 수 있도록 했다. 

▲30대 그룹사 중 절반이 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자 야근근무를 없애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한화그룹에서 직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직원들의 모습. 사진제공 = 한화그룹

한화그룹의 기업문화 혁신도 눈에 띈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기업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하루 4시간, 주 40시간 유연근무제, 주 2회 정시퇴근 제도 등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 3월부터는 과장급 이상은 1개월간 쉴 수 있는 안식월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 추세에 맞춰 남성들도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업도 눈길을 끈다.

CJ그룹은 오래전부터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내놔 구직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입사일 기준 5년마다 한 번씩 4주간의 휴가를 낼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근속연수에 따라 50~500만 원의 휴가비도 지원한다. 

지난 5월에는 육아휴직에 대한 지원책도 늘렸다.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 달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다. 

기업문화 혁신에 보수적이었던 금융기관들도 최근들어 주 35시간 근무, 야근금지, 출·퇴근 시간 자율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스마트근무제(재택근무·자율출퇴근제), PC오프제 등을 도입해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신한금융지주는 9월부터 국내 금융업계 처음으로 모든 계열사가 동시에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며, 재택근무·자율출퇴근제를 포함한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직원들은 각자 오전 9시~11시까지 2시간 동안 30분 단위로 출근 조정이 가능하며, 본부 직원은 휴식시간 1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KB국민은행은 애프터뱅크제(저녁 늦게까지 영업)를 일부 점포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직원들의 정시 출·퇴근을 유도하고자 근무시간 이후에는 PC를 차단하는 PC 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부터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해 본점 직원들에게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사이, 30분 간격으로 출근시간을 정하고 8시간만 근무하도록 했다.

신사옥을 준공해 직원들의 복지를 향상한 기업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용산에 신사옥을 건립해 입주했다. 모든 임직원은 신사옥에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사무공간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시간을 이용해 피트니스센터, 미술관, 라이브러리,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IT기업도 ‘워라밸 사옥’을 표방했다. IT기업인 네이버의 분당 사옥 그린팩토리와 다음카카오의 제주 본사 스페이스 닷원 등은 ‘열린 디자인’을 활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부기업은 업무에 지친 임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룰 수 있도록 사옥 자체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분당소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도서관 전경. 사진제공 =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임직원들의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종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이 안에는 1만 5천 권의 서적을 보유한 도서관, 각종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업무시간 외 휴게시간을 활용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놀이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스페이스닷원은 직원들 목소리를 반영해 업무 편의성과 소통을 강조한 공간이다. 

이런 기업들의 워라밸 문화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중심 경제’와 맞물리며 더 확산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출 대기업 지원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유지돼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무한경쟁시대…무늬만 워라밸?

대표적인 예로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성과연봉제의 경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근속연수와 직급 기준이 아닌 개인별 성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과 정반대 개념인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국정의 주요 과제로 두고 있다. 

직장인들은 워라밸 풍토를 크게 반기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개선될 점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또 아직은 대기업에만 국한된 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4년 차 직원은 CNB에 “자율출퇴근, 안식월 등 좋은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상급자의 눈치가 보여 이를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계속돼온 위계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히 강고한 만큼 워라밸이 완전히 안착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근로자들이 여전히 야근과 잔업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워라밸은 먼나라 얘기”라며 “자칫 워라밸이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더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산업 전반에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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