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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기업형 축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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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0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7.08.28 09:18:13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살충제 계란 사건은 기업형 축산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업형이라는 말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고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값싸게 생산하여 이윤을 남기려면 동물을 처참할 정도로 학대해야 하는 것이다. 수천 마리의 닭이 꽉 막힌 축사 안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빽빽이 철장에 갇혀 사료 먹고 알만 낳게 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이 인간에게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수천 마리의 육계나 오리들이 탁한 공기로 찬 비닐하우스 안에 발 디딜 틈 없이 서있는 것을 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밀집 사육은 동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질병이 만연하고 각종 해충들이 창궐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사료에 항생제를 먹이고 동물에게 살충제를 뿌리게 된다. 과도한 항생제의 사용으로 우유나 계란, 고기 등에 항생제가 전이되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잔류량을 관리하는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각국 정부는 사료에 과도한 항생제를 사용하지 못하게 관리하고 있다. AI 등으로 가축 방역이 강화되면서 살충제의 사용 빈도가 높아져 축산물에 살충제 성분의 전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계장의 좁은 공간 안에서 살충제를 뿌리면 대부분 사료와 섞이거나 피부에 접촉한 살충제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어 계란에 전이된다.

유럽식 마리당 면적 얘긴 꺼내지도 못하고…

이번 사건이 기업형 축산을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는 유럽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 우리와 같이 열악한 축산 환경에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 일이었다. 기업형 축산의 관리 초점은 일정 면적에서 사육할 수 있는 가축의 마리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럽 축산업 허가 제도의 근간이기도 하다. 유럽은 ‘사육 두수와 농지 조화법’에 따라 일정 면적의 농경지를 가진 사람이 사육할 수 있는 동물의 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동물이 1년 간 배출하는 분뇨를 전량 자기 땅에 환원할 수 있는 면적을 기준으로 사육 두수를 정한다. 덴마크의 경우 헥타르(3000평)당 사육할 수 있는 산란계의 마리 수는 233.8이다. 우리나라의 단위면적 당 사육 두수 기준을 보면 산란계(평사)의 경우 두당면적이 0.11평방미터로 덴마크의 43평방미터에 비하면 400분에 1에 불과하다.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기준이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2014년도에 출판한 ‘선진국의 조건 식량자급’에서 우리나라의 축산업 실태를 분석하고 유럽식 축산업 허가제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대동물은 수백만 마리, 가금류는 수천만 마리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사들여 살처분 매립하는 최악의 선택만 반복했다. 대책으로 나온 것은 고작해야 시설 기준을 강화하는 것으로 밀집 사육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했다. 사육 두수를 제한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온 것 같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실로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계란 자급자족하고, 동물성 식품 소비 줄여야 

필자는 광릉수목원 인근에 작은 텃밭이 있는 농가에서 살고 있다. 오리 한 쌍과 수탉 한 마리에 암탉 4마리를 키우고 있다. 오리는 아침에 풀어주면 냇가에 나가 놀다가 저녁에 들어와 매일 알을 하나씩 낳는다. 이들이 주는 알로 우리집 계란은 자급이 되고 남는다. 여건이 가능하면 이렇게 계란을 자급하는 집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것은 기업 축산의 수요를 줄이고 다른 페트를 기르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건전한 일이다. 

오늘의 기업형 축산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의식의 개조가 우선되어야 한다. 음식에 대한 지나친 식탐과 낭비를 줄여야 한다.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쌀과 콩을 기조로 하는 우리 전통의 건강식을 더 먹어야 한다. 동물성 식품을 무절제하게 소비하는 것은 결국 동물을 비참하게 학대하는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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