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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 ‘밴 플리트’와 SK家, 위대한 인연을 잇다

최종현·최태원, 代잇는 ‘밴 플리트 賞’ 수상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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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0호 도기천 기자⁄ 2017.06.19 10:04:09

▲최태원 회장이 한미 간 경제협력과 우호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17 밴 플리트 상’을 받는다. 사진 = SK그룹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 이어 ‘밴 플리트’ 상을 받게 돼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영예를 얻게 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미 간 우호와 협력의 상징인 이 상을 SK가(家)는 어떻게 두 번이나 받게 된 걸까. 

밴 플리트상은 제2차세계대전과 6·25때 큰 공을 세운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Alward Van Fleet, 1892∼1992) 미 육군 장군을 기려 92년부터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에서 제정·시상해온 상이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밴 플리트 장군의 주도로 한미 상호 간 이해와 협력 증진을 위해 1957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밴 플리트는 2차대전 당시 미 제4보병사단장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공을 세웠으며, 전쟁의 판세를 바꾼 발지 전투를 지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전 당시에는 미8군 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을 맡으며 수적으로 우세였던 중공군과 결전을 치렀다. 

특히 그는 당시 전쟁에서 B-26 폭격기 조종사(미 공군 대위)였던 외아들 밴 플리트 2세를 잃었다. “내 아들을 찾기 위해 다른 이의 아들들을 그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는 없다”며 수색을 중단한 실화는 한미 양국은 물론 연합군 전체에 큰 울림을 줬다.    

▲한국전쟁 당시 밴 플리트 장군이 한국군을 사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53년 1월 그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중장(대한민국장)을 서훈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유독 한국을 사랑했다. 전쟁 이후에는 한국군 훈련체계를 정비하고 육군사관학교 창설을 도왔다. 1954년 7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은 미 상하원 연설에서 “한국인은 밴 플리트 장군을 ‘한국군의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현재 육사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그는 한국의 문화·경제 분야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한미재단(韓美財團) 총재를 맡으며 제주도 목장건설 등 전후 한국의 재건 및 문화사업에 힘썼다.  

그의 제안으로 설립된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미 양국의 정책, 기업, 경제, 교육, 예술 등에 대해 토론과 연구를 수행하며, 상호이해와 친선을 도모하는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초기에는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주축이 됐지만 지금은 수많은 개인 및 기업 회원들이 그의 뜻을 이어 후원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 전역은 물론 한국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그가 숨진 직후인 1992년 제정돼 매년 한미 관계에 공헌한 사람에게 재단이 수여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연세대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수상했고, 재계 인사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받은 바 있다. 

선친의 꿈, 최태원 회장 이어받아 

최종현 선대회장은 미국 청소년들에게 한국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사후인 1998년 이 상을 받았다.

특히 그가 창업주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뒤를 이어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하 재단)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면서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 상을 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1974년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해 학문과 국가발전에 기여 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 시카고 대학 유학시절 자신의 뼈저린 경험이 바탕이 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수준이던 때에 그는 접시를 닦고 골프클럽에서 일하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인재를 기르는 길 밖에 없다’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것이다. 

▲고 최종현 선대회장 내외가 인등산에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제공 = SK그룹

재단은 한국의 우수 학생들이 선진국의 최고 수준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1975년 첫 선발 장학생 10여명을 미국으로 보냈다. 당시 세계최강이었던 미국은 우리가 롤모델로 삼아 배워야 할 나라였다. 이렇게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은 가급적 학계에 남아서 후진을 양성토록 했다. 뿌리를 넓혀 가자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당시는 오일쇼크의 여파로 선경을 비롯한 기업들이 큰 위기를 맞은 때였다.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를 무기화하는 감산(減産) 전략을 발동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가 석유 부족에 직면했으며 단기간 동안에 4배 가까이 원유가격이 급등했다. 

최 선대회장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와중에도 미래 조국을 책임질 인재양성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1973년 시작된 ‘장학퀴즈’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SK는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에 단독 후원으로 시작해 40년 넘게 함께 하고 있다. 장학퀴즈는 SK 인재경영의 상징이 됐다. 

최 선대회장의 학자에 대한 사랑은 애틋했다. 70년대 오일쇼크, 90년대 IMF 때도 “경제가 어렵더라도 학자양성은 걱정하지 마라. 재단은 내가 끝까지 챙긴다”고 누차 강조했다.

뉴욕, 휴스턴 등을 방문하면 주재원들 뿐 아니라 인근 유학생들을 꼭 만났다. 그들과 학술토론 벌이기를 좋아했다. 용돈도 주재원 보다 학생들에게 줬다. 연구비에 쪼들리는 학자를 보면 국내로 초청해 강연하도록 하고 대신 연구비를 지원했다. 

글로벌 학술사업 메카로 성장

최태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 1998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재단 이사장을 맡아 장학사업에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697명의 박사를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546명이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등 한미 우호에 가교 역할을 해왔다. 선친 때부터 현재까지 지원 받은 장학생은 3500여명에 이른다. SK는 일체의 대가 요구 없이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장학사업 외에도 국제학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아시아 사회발전을 주도해 나갈 각국 학자들의 학문연구를 지원하고 국가 및 지역 간의 학술협력기반을 구축해 왔다. 현재는 아시아 7개국 17개 지역에서 아시아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또 국내 민간기관 중에선 최초로 2000년부터 아시아 출신 학자들의 방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16개국 805명의 학자들이 재단 지원을 받아 1년씩 한국에 머물며 국내 학자들과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국제 학술계에서 우리 학술계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해왔다.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을 비롯해 세계 수준의 특화된 국제학술포럼을 중국에서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카이스트(KAIST)에 ‘사회적 기업가 MBA’를 최초로 개설하는 등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제3회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SK그룹

재단이 배출한 학자들은 사회에 지식을 ‘재능기부’하고 있다. 전국 중·고생을 대상으로 진로탐색을 돕는 ‘청소년 드림렉처(Dream Lecture)’ 특강 프로그램에 강사 등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전국 312개교, 6만5천명의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을 세우는데 도움을 줬다. 재단을 매개로 ‘지식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측은 최 회장이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통해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친으로부터 이어져온 43년 간의 인재보국(人材報國) 한 길이 대를 이은 수상이라는 큰 영예를 가져온 것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쌓인 한미 간 우호 협력 관계는 정계, 재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의 인사들이 진정성을 갖고 수십년 간 노력한 결과”라며 “이번 수상은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보고 앞으로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한 인재교류는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서로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 실천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은 다음달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 60주년 기념만찬에서 밴 플리트 상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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