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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정신질환자 관련 법률, 복지와 인권 침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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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0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6.19 09:43:23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최근 그룹 룰라 출신의 가수 이상민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TV에 나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정신과 질환에 대해 주위에 알리고, 많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자신이 공황장애, 불안장애, 각종 공포증을 갖고 있다고 언론에 이야기할 정도로 사회가 변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이미 주위에 흔합니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도 함께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정신건강복지법은 구 정신보건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음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구 정신보건법의 일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는 정신보건법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와 차별적인 요소는 큰 반면, 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 지원 근거는 미약했기 때문입니다.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은 지나친 인권 침해

구 정신보건법 제24조는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자의 동의와 전문의 1인의 진단만 있으면, 자기와 타인을 해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강제 입원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위 조항은 악용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1인의 정신과 전문의만 매수할 수 있으면 가족을 강제로 입원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어서,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강제 입원을 결정하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UN 인권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우리나라의 강제입원 조항을 개선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환자는 총 6만 9232명이며, 이 중 61.6%인 4만 2684명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입원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제 입원율은 독일(17%), 영국(13.5%), 이탈리아(12%) 등 해외 선진국의 강제 입원율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공식 블로그). 특히 해외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문의 2인 이상이 입원 치료 필요성과 자신과 타인을 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한 경우, 독립적인 기구의 결정을 거쳐 강제 입원을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1976년 제48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정신이상을 가장해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원에 수감된 죄수 맥머피(잭 니콜슨, 오른쪽 파란 소매)가 환자들을 강제로 통제하려는 간호원장에 맞서 인권을 되찾고자 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석권한 뒤 당시 미국 내 만연하던 대형 정신병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고, 이는 이후 미국 연방정부가 주도해서 정신병원 장기입원을 제한하고 통원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사진 = 영화 스틸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정신건강복지법을 제정했습니다. 새 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이 환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강제 입원 요건과 심사를 강화하고 입원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제정, 시행되고 있습니다. 

개선된 법률도 현실 반영 미흡

그런데 이 새로운 법률도 문제가 있습니다. 입원 기간의 연장 문제입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에 따르면, 입원 기간을 연장할 때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진단이 있어야 하고, 보호의무자가 동의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일반 환자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연고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이 보호의무자가 되어 동의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후견인의 인력은 부족한 상태이고, 자칫 잘못하면 입원 연장이 안 된 정신질환자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들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정신건강복지법에 대해서 블로그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오히려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 제도가 바뀔 당시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법이 허용한 준비 기간에 맞춰 준비를 제대로 못한 것입니다. 좋은 제도도 좋지만, 좋은 제도가 오히려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병원의 환자 관리 시스템에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적절하고 빠른 대응을 기대해 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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