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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토이 덕후 ⑥ 초지] “패션 갖춘 동물이 사는 23블록”

패션과 토이의 조화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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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0호 김금영⁄ 2017.06.15 15:11:19

아트벤처스로부터 ‘2017 아트토이컬처’ 참여 작가 중 주목 작가를 추천 받아 소개하는 ‘아트토이 덕후’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인공은 초지(CHOGY)다.


▲초지(CHOGY) 작가 뒤로 그의 작업들이 보인다.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해리포터’엔 9와 3/4 정거장이 있었다. 일반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장소는 마법의 세계로 통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이 공간을 통해 현실이 정해놓은 툴을 벗어나 마음껏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번엔 한국에서 특별한 공간을 만났다. 바로 초지(CHOGY) 작가의 23블록(BLOCK).


23블록은 작가가 꾸준히 진행해 온 작업의 대표 타이틀이자, 작가의 상상력이 깃든 세계관이 담긴 특별한 존재다. 작가는 “세계의 변화로 인해 만들어진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23블록에는 동물들만 산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초지, '23블록 보이 & 도베르만(23Block boy & doberman)'.

“환경이 바뀌면서 도시는 황폐화됐어요. 유일하게 23블록이 남았죠. 그리고 여기에 동물들이 살아남았어요. 그런데 동물들 또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어요. 공허한 도시에서 자기들끼리 지내다가, 도시에 남겨진 과거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 점점 의인화를 거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네 발로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인간처럼 직립 보행을 하게 됐어요. 패셔너블하게 옷도 입고요. 스케이트보드와 농구도 즐겨요.”


세계의 멸망과 여기서 살아남은 존재들의 이야기.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꼭 SF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맞았다. 작가는 스스로를 “SF 장르의 팬”이라고 꼽았다.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영화 ‘프로메테우스’와 만화 ‘에반게리온’을 꼽았다. 프로메테우스는 10번 이상 봤을 정도로 좋아하고, 에반게리온은 어렸을 때 작가가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초지, '23블록 스테츄 옐로제이_기린(23Block Statue Yellojay_giraffe)'.

기자 또한 두 작품을 모두 봤다. 그래서 이해가 갔다. 프로메테우스와 에반게리온 속 세계는 어둡다. 프로메테우스에는 인간이 스스로의 근원을 찾아가며 존재의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에반게리온은 인류 멸망과 인류 보완계획을 운운한다. 이런 심오한 철학 속 23블록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는 선을 그었다.


“23블록의 세계관은 세기말이 콘셉트예요.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에는 1999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말이 많았었죠. 그 기억도 있었고, SF 장르의 영향도 받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를 어둡게 풀려는 건 아니었어요. 도시는 황폐화됐지만, 여기서 살아남은 동물들끼리 잘 지내요. 자기들끼리 신나게 노는 세계인 거죠.”


카모 셔츠를 입은 기린과 멜빵바지 입은 고릴라


▲'2017 아트토이컬처'에 꾸려진 초지 작가의 부스. 토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심플한 구성을 취했다.

즉 작가는 환상의 공간인 23블록에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고 싶었던 것. 그리고 이건 동물들의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작가의 토이는 스웨그(swag)가 넘치는 모습이다. 근심 따위 없다는 여유로운 표정과 다소 삐딱한 자세 등에서도 스웨그가 넘쳐흐르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부각시켜주는 건 패션이다. 딱 떨어진 깔끔한 정장보다는 박시한 스타일의 후드티와 찢어진 청바지 등 스트리트 컬처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도 작가는 캐쥬얼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작가는 토이를 만들면서 패션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토이를 패션과 연관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그의 작업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토이가 입은 옷들을 보면 굉장히 섬세한 손길이 닿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캐릭터에 맞게 옷을 입힌 것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기린에게는 얼룩무늬와 비슷한 카모 셔츠를 입혔고, 강인한 이미지의 사자에겐 후드집업 운동복, 사람들에게 친숙한 고릴라에겐 멜빵바지를 입혔다. 이처럼 작가의 센스가 발휘될 수 있는 건 패션을 공부한 경험 덕분이다.


▲초지 작가의 작업에 적힌 작가의 로고가 눈에 띈다. 작가의 작업에는 스케이트보드, 신발, 의상 등이 모두 토이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어렸을 때는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만화를 많이 따라 그렸죠. 대학교 때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기본적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꾸준히 좋아했고, 옷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 그림을 이때 많이 그렸어요. 대학교 졸업 후엔 게임 원화 디자인도 했고요. 이때의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됐어요. 12인치 액션 피규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패브릭 작업이 필수인데, 대학교 때 패션 디자인을 전공해서 익숙했죠. 그리고 토이를 만들기 이전 스케치 작업을 할 때도 어떤 형태로든 꾸준히 그림을 그려 온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는 만화가, 그리고 대학교 때는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는 작가가 어떻게 아트토이 작가에 이르게 됐을까? 때는 2014년으로 돌아간다. 유명 피규어 아티스트인 마이클 라우, 그리고 국내 아트토이 거장인 쿨레인 스튜디오의 전시가 열렸다. 이때 작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초지, '아트토이 액세서리(Arttoy Accessory)'.

“제게는 신세계였어요. 그때 아트토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는데 ‘이런 멋있는 게 있었어?’ 하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정말 멋있었어요. 그리고 아트토이를 보면서 저 또한 제가 그리는 평면 그림을 직접 입체로 구체화시켜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고요. 아트토이를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아트토이에 매력을 느낀 작가는 2015년 상상마당에서 진행하는 ‘쿨레인 스튜디오 아트토이 작가반’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여기에 선정돼 1년 동안 작업을 했고, 타이페이 토이 페스티벌에서 전시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이때 쿨레인 작가의 눈에 들어 쿨레인 스튜디오 소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현재도 쿨레인 스튜디오 소속으로 다양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쿨레인 스튜디오는 작업에 뜻을 같이 하는 크루(crew)의 개념에 가깝다. 여기서 작가는 개인 작업인 23블록도 꾸준히 하고, 상황에 따라 쿨레인 스튜디오 작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커스튬(의상제작) 지원을 할 때가 많다.


패션·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토이의 만남이 내는 시너지 효과


▲초지 작가의 23블록 12인치 아트토이 작품들.

“저는 각 토이에 패션으로 포인트를 줘요. 셔츠, 모자 등 의상에 눈길을 끄는 강렬한 포인트를 하나씩 주죠. 제 작업에서 패션은 단지 부수적인 게 아니라, 토이를 살리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예요. 또 실제 사이즈가 아닌 작은 사이즈의 의상을 만들어서 토이에 입혔을 때 느끼는 작업의 성취감과 만족도도 커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이런 특징 덕분인지, 작가의 작업은 패션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3월 DDP에서 열린 ‘패션 오브 크래프트’전에 참여했다.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전시였는데, 토이 장르로 참여한 건 작가가 유일했다. 2015년엔 쇼핑몰을 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스타일 위크’에 함께 나가기도 했다. 작가가 그 브랜드의 옷을 축소판으로 만들어 토이에 입혔고, 이 토이가 스타일 위크 기간 동안 전시됐다.

 

▲초지 작가의 토이는 패션과 결합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주요 콘셉트다.

“저는 토이도 패션도 좋아해요. 토이 관련 전시를 보러 다니고, 평소 패션 잡지도 꾸준히 보는 편이에요. 토이에 순수 창작물인 옷, 또는 유명 브랜드 옷의 축소판을 만들어 입히죠. 그리고 작업을 하면서 토이와 패션이라는 두 장르가 잘 어우러졌을 때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걸 느꼈어요. 올해 나간 아트토이컬처에서는 나이키 브랜드의 팬이 혹시 토이의 운동화만 살 수 있냐고 묻기도 했고,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온 관람객은 토이와 함께 전시된 축소판 스케이트보드에 많은 흥미를 보였어요. 패션계에서 제 작업에 관심을 보일 때도 있었고요. 저 또한 앞으로 패션 업계와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 기회가 있기를 바라요.”


작가는 패션과 관련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흥미를 보였다. 아이돌 무대에서 노래와 춤,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만큼 또 중요한 게 패션이다. 패션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이 표현되기도 한다. 작가는 “자유분방하고 거친 매력이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아이돌의 패션 스타일을 선호한다”며 “작가들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만나 좋은 시너지를 많이 내는 시대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태로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지, '23블록 12인치 엉클밤_고릴라(23Block 12inch Unclebam_gorilla)'. 토이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듯한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작가 또한 23블록의 이야기를 더 확장시키며 보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본래 23블록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작인 ‘보이 앤 도베르만(Boy & Doberman)’을 통해 사람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둘의 모습은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떠오르게 한다.


“23블록 세계를 애초에 이렇게 만들어야지 식으로 틀을 정해놓지 않았었어요. 처음에 제가 숫자 23을 좋아해서 23블록을 만들고, 제가 좋아하는 길거리 농구를 반영해서 캐릭터의 느낌을 구축했어요. 앞으로는 3블록, 36블록 식으로 다른 블록에 있는 동물들 이야기도 다루면서 이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36블록에 있는 캐릭터들은 바다 근처에 살아서 상어, 고래, 참치 등 해양 생물들을 의인화시켜서 만들 수도 있겠고요. 다양한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이 블록들을 확장시켜 마지막엔 하나의 큰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그림도 그리고, 토이도 만들고, 옷도 만들어서 함께 전시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도시 이름을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앞으로 또 생각해볼, 꾸려나갈 이야기들이죠.”


▲초지, '23블록 시몬_보이(23Block Simon_boy)'.


[스타워즈의 C-3PO와 R2-D2가 초지를 만났을 때]


▲초지, '23블록 x 스타워즈(23Block x Starwars) C3PO&R2D2 ver.

‘2017 아트토이컬처’ 현장을 찾은 스타워즈 팬들이 유독 열광했다. 스타워즈와 다양한 아트토이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등장한 것. 영화의 유명 캐릭터인 다스베이더 그리고 스타워즈 하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광선검이 여기저기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가운데 초지 작가의 부스에서는 굉장히 패셔너블한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한 캐릭터가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의 집업과 바지, 그리고 금색 모자와 운동화까지 굉장히 착용한 채 서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파란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감각적인 디자인의 스케이트보드가 자리했다.


그런데 이 둘의 조화가 낯설지 않다. 화려한 금색 옷으로 몸을 둘러싼 캐릭터, 그리고 세워진 스케이트보드엔 어떤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꼭 최첨단 로봇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 다시 잘 보니 이 모습은 스타워즈의 C-3PO와 R2-D2 로봇을 작가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었다.


작가는 “스타워즈 하면 대표적으로 다스베이더가 떠오른다. 그래서 관련 작업들을 많이 봤다. 이 가운데 C-3PO와 R2-D2를 작업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C-3PO를 소년, 그리고 R2-D2를 스케이트보드로 재해석 했다. 토이에 집중하게 하고 싶어서 배경은 특별히 꾸미지 않고 전시했다. 스타워즈 팬들이 많은 호기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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