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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유경제'로 환경-사람 지키는 파리…서울은?

파리 '오토리브'와 서울시 '나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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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0호 윤지원⁄ 2017.06.16 09:31:36

▲2017년 5월 30일 청명했던 파리의 하늘과 에펠탑. 하지만 겨울과 봄철에는 이 정도 거리에서도 에펠탑을 보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사진 = 윤지원 기자)


(파리=윤지원 기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약 8976km 떨어져 있다. 인천공항에서 파리 인근의 샤를 드골 공항까지 직항으로 1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여섯 편의 영화를 보고, 두 번의 기내식을 받아먹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는 오래된 도시의 문턱에 와 있었다. 기자는 5월 말 개인적인 용무로 파리를 방문했고, 현지에서 1주일간 머물며 틈틈이 서울과는 다른 파리만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를 체험해보았다. 두 도시의 자동차 문화의 배경은 많이 달랐지만, 2017년 현재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올해 2월, 파리 관광청과 일-드-프랑스(Ile-de-France) 지역 관광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파리 및 일-드-프랑스를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150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 이후로 커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연간 관광 수입만 약 1500억 유로(약 190조 원)에 달하는 세계 1위의 관광 대국이며, 특히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순위에서 거의 항상 세 손가락 이내로 꼽혀왔다. 지난해에 줄어들었다는 1500만 명은 2015년 두 지역을 방문한 연간 관광객의 6%에 불과하다.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이며, 각종 국제회의와 세계적인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어서, 뉴욕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파리 시(市)라는 행정구역만 놓고 보자면 대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 각지의 대도시는 대부분 도심지가 확장되면서 주변지역을 합병시켜 점점 행정구역이 넓어져 왔다. 그런데 파리는 150년 전 나폴레옹 시대의 행정구역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파리의 면적은 105.40km²로 서울 면적(606.37km²)의 17.4% 정도다. 강남·서초·송파구만 합쳐도 파리보다 넓다. 파리보다 면적이 다섯 배나 넓은 서울은, 그러나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 중에서는 뭄바이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면적의 도시다. 좁은 서울에 얼마나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지 알 수 있다. 

파리는 면적뿐 아니라 거리와 건물도 대부분 예전 모습을 유지·보존하고 있다.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등 유명한 건축물뿐 아니라 일반 파리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도 대부분 문화재로 관리되는 오래된 건물들이다. 생수를 사러 마트에 가는 길에는 헤밍웨이가 매일 커피를 마시며 소설을 썼다는 카페가, 예전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이있다.

▲19세기 중엽에 지어진 건물과 도로를 유지하고 있는 파리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동차로 인한 여러 문제들로 골치를 앓아 왔다. 생 제르맹 데 프레 일대는 대로를 벗어나면 모두 이 정도 너비의 좁은 일방통행로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1. 19세기 도로망

파리 시내의 도로들도 대부분 19세기 중엽에 설계된 형태대로 유지되어 왔다. 당시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 3세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파리 지사인 오스망 남작(Baron Osmand)이 유기적인 도시계획을 세웠고, 20세기 초까지 반세기에 걸쳐 도시를 전면적으로 개조한 것이 지금의 파리를 만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개선문처럼 멋있고 중요한 기념물과 기차역을 대로로 잇고, 이들을 중심으로 다른 도로들이 모이도록 하는 원칙을 반영한 결과,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처럼 방사선 형태의 도로망이 생기게 되었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무려 14개의 도로가 뻗어 있다. 이렇게 많은 도로가 한 곳으로 모이니 회전식 교차로가 자연스럽고, 도로의 폭보다 교차로 구역의 폭이 더 넓고 여유 있는 곳이 많다.

19세기 파리의 도로는 현대적인 자동차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대형 간선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동차가 양방향으로 교차통행할 수 없을 만큼 좁다. 또한, 그 시절에 지은 건물에는 주차 시설을 넣기 힘들어 도로 가장자리에 이른바 '개구리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일방통행 길이 많고,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너비의 길도 한쪽 차로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느라 일방통행으로 정한 곳이 많다. 파리 도심에서는 우리나라의 주유소 같은 넓은 주유 시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대신 인도에 음료수 자판기처럼 무인 주유 스탠드가 한두 기씩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이 아닌 도로도 많았다. 유럽에서 도로 포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전후였다. 당시 루이 14세의 명령에 따라 트레자게(Tresaguet, 1711~1796)가 쇄석도(碎石道: 돌을 까는 도로 마감법) 축조법을 발명했다. 쇄석 도로는 파리를 중심으로 2만 4천 km에 걸쳐 깔렸다고 한다. 현재에도 쇄석 도로는 파리에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아스팔트를 도로 포장에 대량으로 사용한 최초의 시공 사례 역시 19세기 파리에서였다니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파리의 영광을 증언한다.

쇄석 도로를 보존하기 위해서인지 3~4차로 정도 너비의 대로인 데도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도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아스팔트 길인데도 중앙선 외에는 차선이 그려지지 않은 도로도 눈에 띄었다. 이런 거리를 파리의 자동차들은 알아서 3~4열로 줄지어 달린다. 그런데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닌 쪽에 가까웠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는 차가 비일비재했고, 급제동도 많아 보였다. 대신 버스 전용 구간, 주차 구역, 주차 금지 구역 등의 표시는 대부분 제대로 그려져 있는 편이었다. 특히 횡단보도와 횡단보도 앞 정지선 등은 매우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차의 안전보다는 사람의 안전을 우선했음을 보여준다. 

▲파리 시내의 횡단보도와 넓은 교차로. (사진 = 윤지원 기자)


2. 보행자가 '갑(甲)'

파리에는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일삼는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심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를 점령한 나치가 파리의 무단횡단을 콕 짚어 엄격히 금지하도록 조치했다는 이야기가 실감났다. 서울이라면 감히 뛰어 건널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차가 가까이 접근하는데도 거침없이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파리지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모도 무단횡단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자동차권(權)'을 무력화시키는 인권의 현장이랄까. 

파리 시내는 최고 주행 속도를 시속 50km로 제한하고 있고, 시속 30km로 제한된 도로도 3분의 1에 달한다. 시속 30km는 서울의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속도와 같다. 프랑스 교통사고방지협회에 따르면 1990년 프랑스가 도시 차량 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췄을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5% 줄어들었고, 보행자와의 충돌 사고 역시 14% 감소했다. 시속 30km라면 교통사고에 의한 보행자 사망률은 더욱 줄어든다. 파리뿐 아니라 뉴욕 등 많은 대도시가 생활안전사고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속도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시내 주행 최고속도를 50km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파리는 무단횡단의 천국이었고, 그래서인지 횡단보도와 횡단신호도 무척 많았다. 신호체계는 교차로 시스템이 서울과 다른 곳이 많아 좌회전 신호가 거의 없다. 일방통행로가 많다 보니 대부분 진행과 멈춤 신호의 반복이었다. 신호 주기가 서울보다 짧았고, 마찬가지로 보행자 횡단 신호가 켜지는 빈도도 서울보다 높았다. 보행자 횡단신호에는 파란불이 곧 꺼진다는 경고 단계(깜박임 또는 남은 시간 안내)가 없이 갑자기 빨간불로 바뀌는 것에 당황할 때가 많았다. 대신 자동차의 속도가 느린 데다 횡단보도 앞 정지선이 서울보다 훨씬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은 덜 들었다. 

또한, 운전자 대부분이 신호가 바뀐 뒤에도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를 기다렸다. 보행자들은 대개 다가오는 차가 없으면 파란불이 켜지기 전에 이미 도로를 횡단하기 시작한다. 보행자도 성격이 급하고, 도로 위 운전자들도 성격이 급한 느낌이지만, 보행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리는 일은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못 봤다. 또한, 눈에 띄게 다르다고 느낀 것은 신호등의 높이였다. 신호등이 가로등 정도로 높은 위치에 달려있는 서울과 달리 보행자의 시선 정도로 낮은 위치에 달려있었다. 운전자가 신호를 보기 위해서는 비슷한 높이에서 움직이는 보행자들까지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역시 사람 보호를 위한 디자인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어차피 가라, 서라가 반복되는 신호 체계이니 신호등보다는 앞 차의 제동등만 잘 보면 되는지도 모르겠다.

▲파리 횡단보도에 설치된 신호등. 한국과는 달리 빨간 불과 파란 불이 양옆으로 배치돼 있으며, 신호등 높이가 성인 머리보다 조금 높은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 = 윤지원 기자)


3. 대기 오염 문제와 친환경 교통

파리는 220만 명이 넘게 살고, 여기에 관광객과 유동 인구까지 많으니 당연히 자동차도 많다. 그런데 기본적인 도로망이 19세기에 갖춰지다 보니 교통 정체는 수십 년 간 파리 최대의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2000년대 중반에 파리에 유학한 한 셰프는 파리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 자가용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거칠고, 도로는 늘 막히고, 주차는 지옥이라는 것이다.

좁은 면적에 많은 차가 밀집되어 발생하는 문제는 상습적인 정체와 주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심각한 대기오염은 관광대국 프랑스와 낭만의 도시 파리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다. 봄철에 자주 나타나는 스모그는 2010년대 들어 파리의 자랑인 에펠탑을 가릴 정도로 심해졌다. 2014년 3월 파리 시는 17년 만에 차량 2부제를 부활시켰고, 이후 매년 하루씩 시행했다. 대신 그날은 시민들이 대중교통과 벨리브(Velib': 파리 시의 자전거 임대 시스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도 불과 700미터 떨어진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에펠탑을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만큼의 스모그 현상이 일어났다. 파리 시는 10년 만의 겨울철 스모그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1년에 하루 시행하던 차량 2부제를 한 달에 여섯 번이나 시행했다.

차량 2부제도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올해 1월 16일부터 배출가스 표시 등급제인 ‘크리테르(Crit'air)’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파리 시내의 모든 차는 연료 종류와 노후 정도에 따라 색깔이 다른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그리고 1997년~2000년에 생산된 5등급 디젤차는 회색 스티커를 부착하게 했고, 이들은 오전 8시~오후 8시 사이에 파리 시내에 아예 들어갈 수 없다. 위반에 따른 벌금은 일반 차량 65유로(약 8만 원), 대형 차량 135유로(17만 원)로 가혹하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2020년까지 파리에서 디젤 자동차를 완전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3월 29일에는 국제적인 결의가 이어졌다. 이날 파리 시청에서는 파리와 런던, 그리고 서울 시장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 시장은 C40 세계도시기후정상회의 의장과 부의장들이다. 세 시장은 전 세계에 걸쳐 통일된 자동차 환경 등급 기준을 마련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예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대기질 혁명(Airvolution)’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의 새 대통령으로 뽑힌 마크롱 대통령도 디젤에 사용되는 재정을 가솔린으로 돌리겠다고 공약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2030년까지 디젤 승용차를 완전히 퇴출시킨다는 강력한 공약을 내걸었다.

▲파리 시내 디데로가(Boulevard Diderot)에 마련된 '오토리브(Autolib')' 대여 스테이션. 무인 대여 시스템인 키오스크와 충전기가 보이고, 옆에 두 대의 '블루카'가 주차되어 있다. (사진 = Poulpy, 위키피디아)


4. 전기차 공유 서비스 오토리브(Autolib')의 성공

파리 시가 대기오염을 포함해 자동차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처해 온 방법은 차량 2부제와 크리테르 외에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중교통 체계다. 이미 1900년에 1호선이 개통된 파리 메트로(지하철)는 현재 16개 노선으로 작은 도시 안에서도 촘촘하게 운영되고 있어 편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버스 시스템도 서울 못지않게 편리했다. 파리도 서울처럼 대부분의 정류장에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가 상세하게 표시되고 있고, 자세한 노선도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대중교통 연결을 볼 수 있는 지도도 붙어 있었다. 파리 지도가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불어를 모르는 초행길 관광객이지만 어렵지 않게 매일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나비고(Navigo), 모빌리스(Mobilis), 까르네(Carnet) 등 대중교통 이용 행태에 맞게 다양한 선택 구매권을 주는 대중교통 요금 시스템도 편리했다. 까르네는 1회용 티켓 묶음이고 모빌리스는 1일 무제한권이다. 나비고는 이용자의 사진과 서명을 등록한 카드에 기간별, 구간별로 정해진 요금을 충전해서 해당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기자는 파리에 머무는 기간 동안 1주일짜리 나비고를 사용했는데, 카드 보증금을 포함해 27유로(약 3만 4천 원) 정도를 내고 매일 서너 번 이상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그러나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지하철이나 버스는 자가용이 없는 아쉬움을 모두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대중교통은 자동차 대수를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파리 시는 자동차 구매 욕구를 억제하고, 환경에 유익하며, 자유로운 이동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공유 경제에서 찾았다.

먼저 2007년 공공 자전거 서비스인 벨리브(Velib’)를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벨리브는 자전거를 뜻하는 벨로(Velo)와 자유를 뜻하는 리베흐떼(Liberte)를 합친 단어다. 운영 방식은 서울의 ‘따릉이’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지하철 역 입구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10여 대씩 자전거들이 거치된 무인 대여 스테이션에서 카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고르고, 원하는 곳까지 이동한 후 가까운 벨리브 스테이션에 반납하면 이용한 시간만큼 30분 단위로, 또는 1일 단위로 요금이 결제된다. 10년 전 시작할 무렵 750개 스테이션과 1만 대의 자전거로 시작했으나 2016년 2월 기준 1229개 스테이션과 1만 8500대로 늘어났다. 300미터마다 벨리브 스테이션이 있는 셈이다. 시행 첫 해에만 벨리브 대여 회수가 2천만 회가 넘었고, 6년 동안 1억 7300만 회가 넘는 등 대중적으로 성공해 이제는 파리를 대표하는 교통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서울을 비롯한 외국 도시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대체로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오토리브는 모두 전기차 '블루 카'로 구성되어 있다. 블루카는 오토리브 운영 사업자인 볼로레 그룹과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피닌파리나가 합작으로 개발, 볼로레에서 전량 생산하는 순수 전기차다. (사진 = 오토리브)

▲파리의 전기차 공유 서비스 '오토리브' 무인 대여용 단말기. (사진 = 윤지원 기자)


벨리브의 성공은 카쉐어링, 즉 자동차 공유 제도의 기획을 이끌었다. 파리 시는 2011년 12월, 오토리브(Autolib’)라는 세계 최초의 공공 전기차 무인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적인 대기업인 볼로레(Bolloré) 그룹이 ‘블루카’라는 자체개발 전기차를 공급하고 운영을 총괄한다. 블루카는 한번 완충으로 최대 250km를 달릴 수 있고 최고 시속 130km를 낼 수 있는 4인승 순수 전기차다.

오토리브는 시작 당시 250개 스테이션과 블루카 250대로 파리 및 주변 18개 지구에서 시행되었다. 2016년 7월 기준 96개 지구에 3980대의 블루카와 1084개 스테이션에 5935개 충전기를 갖추며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벨리브의 성공을 함께한 파리 시민들은 오토리브 제도 론칭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당시 볼로레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에 등록해 첫해 자동차 수급 부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한해에만 1543대의 블루카를 추가로 등록하며 서비스 개시 10개월 만에 대여 회수 50만 회를 돌파했다.

벨리브처럼 오토리브 역시 다른 도시들에 영향을 끼쳤다. 볼로레 그룹은 프랑스 내에서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 외에도 리옹과 보르도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15년에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인디애나폴리스 시에서 ‘블루인디’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개시했고 런던에서도 기존 전기차 충전소들을 활용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와 싱가포르에도 진출했다.

파리 시내의 공유 교통 사업도 확장되고 있다. 오토리브가 4인승 전기차로 운영되는 반면, 트렁크를 넓게 쓸 수 있는 전기차를 공급해 예술인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틸리브(Utilib’)가 도입됐으며, 전기스쿠터, 컨버터블형 전기차 등도 운영을 개시했거나 기획 중이다.



서울시의 ‘나눔카’와 오토리브 차이는?

서울시도 오토리브와 유사한 제도인 ‘나눔카’를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나눔카 사업은 2013년 2월에 시작되었고, 3년간 1기 사업을 운영한 후 지난해 2월부터 2기 협력 사업자를 모집, 그해 5월 1일부터 나눔카 2기 사업을 시작했다. 나눔카 2기 협력 사업자는 원래 (주)그린카, (주)쏘카, (주)에버온, (주)한카 등 4개 사업자였으나, 지난 4월 30일자로 (주)한카가 내부 사정으로 탈퇴하면서 사업 협약이 종료되어 현재는 3개 사업자만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나눔카 2기 사업의 취지에 대해 ▲생활·업무권역 활용거점 확대 ▲안전·편의 서비스 고도화 ▲전기차량 중심 확대 등 편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개인차량 이용을 흡수하고, 나아가 환경보호·차량소유문화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2월 기준 서울 시내 나눔카 이용 스테이션은 1262개소였다. 서울시는 이를 2018년까지 2400개소로 확대해, 어디서나 5분 안에 나눔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서울의 나눔카가 파리의 오토리브와 다른 점은, 서울에서 전기차는 일부이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보유 욕구를 해소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기질 개선 효과에서 파리에 밀리는 모양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을 대폭 늘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두 서비스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일정 지역 내 전기차 스테이션과 전기차 보유 대수 정보를 비교해보면 오토리브가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차 자원과 충전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토리브에서 세느강 남쪽을 중심에 두고 오토리브 대여 스테이션 위치를 찾은 화면. (사진 = 오토리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나눔카 홈페이지에서 용산구를 중심에 두고 공유차 대여 스테이션 위치를 찾아본 화면. 3개 사업자 모두의 정보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 (사진 = 나눔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전기차 대여 스테이션 위치만 표시한 화면 비교. 비슷한 축척의 위 파리 지도와 비교해봤을 때 서비스 되는 공유 전기차가 크게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사진 = 나눔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는 오토리브를 운영하는 볼로레 그룹이 전기차인 블루카와 충전 설비까지 모두 제작, 공급, 관리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나눔카 사업자들은 기존 렌트카 사업자들처럼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를 구매해 대여할 뿐, 차량이나 충전 설비 관리까지 할 역량은 부족하다. 

예컨대 오토리브와 동일하게 전기차 공유서비스로 시작한 나눔카 1기에 참여했던 (주)에버온의 ‘씨티카’는 보유 전기차 50대와 위탁운영 차량 70대 등 총 120대의 전기차로 출범했고, 현재까지 총 350여 대의 전기차를 운영했다. 하지만 에버온의 씨티카 사업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부실 등으로 인해 충분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결국 모회사인 LG CNS는 지난해 9월 보유 중인 지분을 모두 사모투자펀드(PEF)인 코발트스카이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어려움을 겪은 에버온의 김완수 대표는 “기존 전기차 공유 사업에 충전 서비스 사업을 연계한 융합 모델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아직도 공동주택 주민 대부분이 충전기를 설치하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해결할 수익 모델부터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에버온은 올해 초 환경부 전기차 충전기 보급 공모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공유형 충전 인프라 구축 자격을 확보했다. 전기차 공유 스테이션 거점을 공유형 충전 인프라로 확대하면 전기차 대중화 효과도 커지고 자연스럽게 전기차 공유 이용자 접근성도 높아진다는 판단이다.

한편, 나눔카는 오토리브처럼 사업자가 일원화되지 않고 3개 사업자가 각자의 시스템에 따라 별도로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5월 1일부터 나눔카 홈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해 3개 나눔카 사업자 회원 가입과 스테이션 위치 및 이용 가능한 차량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3개 사업자가 각자 사이트를 운영하며 자사 스테이션 정보만 제공해야 했고, 한 사업자에 회원 가입을 한 이용자가 다른 사업자의 나눔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새롭게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한, 서울시는 4월부터 나눔카 회원카드 티머니 통합 서비스를 시작하고 대중교통과 나눔카의 환승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업자별로 따로 발급되는 세 장의 회원 카드와 기존의 티머니 교통카드까지 네 장의 카드를 들고 다니는 대신 티머니 선불카드 하나로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나눔카의 또 다른 단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편도 서비스의 부족, 즉 반납의 자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나눔카 서비스는 대부분 처음 대여한 스테이션으로 반납도 하게 되어 있어 왕복 서비스만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택시나 대중교통 대신 나눔카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반납을 위해 차량을 불필요한 시간 동안 보유해야 하므로 카쉐어링에서 기대되는 기본적인 편의와 경제성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시 친환경교통정책팀 관계자에 따르면 편도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자동차가 최소 1500대 이상 있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나눔카를 통해 필요한 만큼만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개인은 연간 190만원의 생활비를 절약하고, 대기오염물질 0.3톤이 저감되어 소나무 60그루를 심는 효과를 본다고 발표했다. 또한, 나눔카 1대당 승용차 8.5대를 감소·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마주친 대우 마티즈

좁고 자주 막히는 도로로 가득한 도시 파리에서 인상 깊은 풍경은 소형차와 초소형차, 그리고 친환경차가 매우 많다는 점이었다. 프랑스의 완성차 브랜드인 르노, 푸조, 시트로엥 등은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 업체들과 달리 스포츠카나 중대형 고급차가 아닌 소형 승용차에 주력해 왔다. 프랑스 국내 시장이 소형차 위주로 형성되어 있으니 당연한 이치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차는 역시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단 르노를 포함한 프랑스 차들이었다. 외국 차 중에서는 일본 차, 특히 토요타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느낌이었다. 서울에서 보이는 외국차는 BMW와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가 주를 이루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독일 차 중에서도 벤츠와 폭스바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도 특이했다. BMW의 비중이 서울과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

토요타가 많았는데,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였다. 프리우스 택시도 많이 눈에 띄었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자주 멈춰야 하는 파리 시내의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연료 효율이 많은 친환경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만하다. 르노삼성에 의한 한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목격되었고,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는 르노 조이(ZOE)와 만나는 빈도도 높았다.

▲에펠탑 인근 그흐넬 가에서 마주친 시트로엥 2CV 클래식 자동차. (사진 = 윤지원 기자)

▲파리 시내를 달리고 있는 포르쉐 365 S-C 쿠페의 1963년 모델. (사진 = 윤지원 기자)

▲생 미셸 가 인근에서 만난 대우자동차의 마티즈. (사진 = 윤지원 기자)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구형 소형차도 자주 목격했다. 1949년 처음 등장해 시트로엥을 부진에서 탈출시킨 경차 2CV(Deux Chevaux: 되 슈보)가 에펠탑 인근 도로에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1963~1965년 생산된 포르쉐의 356 S-C 쿠페도 박물관 안에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루브르 박물관 옆 동네에서 멀쩡히 잘 달리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 만든 차도 간혹 마주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극히 드물었다. 기자가 처음으로 만난 파리 거리의 한국 차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최근 주력 차종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지금은 사라진 대우자동차 브랜드의 마티즈였다. 다른 날 밤에는 현대차의 테라칸도 그 동네에 나타났다. 메트로 대신 버스를 주로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녔지만, 현대·기아차의 엠블럼은 실물 차량보다 광고판에서 더 자주 보았다. 그나마 국내에서 QM3로 팔리고 있는 르노의 캡쳐를 종종 마주치는 것이 반가왔다. 서울보다 SUV 비중이 적은 파리에서 총 열 대 정도의 캡쳐를 봤는데,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라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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