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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벌집아이스크림 분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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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6.05 09:33:04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어느 날 갑자기 ‘여름’이라는 스위치가 눌러진 느낌입니다. 기온이 1~2 주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여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빙과류입니다. 필자는 군것질을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여름철 아이스크림의 유혹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아이스크림 집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아 사랑을 받아온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집’은 견고한 아성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스크림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두 가지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눈꽃 빙수를 파는 집’이고, 하나는 ‘벌집이 올라간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이었습니다. 

특히 이 벌집아이스크림은 매우 화려하게 등장을 해서, 기존의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평정하기 시작합니다. 벌집을 올린 아이스크림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는 가히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파괴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외풍에 시달리게 됩니다. 먼저 TV의 한 고발 프로에서 이 아이스크림에 올려진 벌집이 양초의 주성분인 ‘파라핀’이라고 보도를 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실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계없이, 이런 보도가 나간 것만으로 해당 제품은 크게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된 것이 유사한 제품을 내세운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등장이었습니다. 새로운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벌집을 올린 아이스크림이 주된 상품이었습니다. 선두업체가 생기면 유사한 제품을 파는 업체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벌집아이스크림 말고 눈꽃 빙수의 경우에도, 유사한 콘셉트의 빙수를 파는 업체가 매우 많아졌습니다. 벌집아이스크림의 선발 브랜드인 S사는 2014년 4월 후발업체인 M사에게 부정경쟁행위금지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래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지적재산권 류의 권리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으로 등록해서 외부에 공표하고 확인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진 권리의 모든 부분을 지적재산권으로 등록 작업을 하는 것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도 있고, 실제로 등록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권리 보호를 위해 나온 법이 바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약칭으로 ‘부정경쟁방지법’이라고 부르는 법인데요, 이 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商號)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법에 규정된 부정경쟁행위는 총 10가지입니다. 그중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다음의 조항이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자.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을 말하며,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다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1) 상품의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2) 타인이 제작한 상품과 동종의 상품(동종의 상품이 없는 경우에는 그 상품과 기능 및 효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말한다)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


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하는 등의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발주자인 S사가 후발주자인 M사에 문제 삼은 것은 상품 형태를 모방하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벌집을 잘라 아이스크림 위에 올린 상품 형태는 누가 봐도 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으로 보입니다. 선발업체인 S사는 당연히 후발업체 때문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5월 18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 꿀벌숲을 견학 온 어린이들이 공원 내 ‘허니팩토리’에서 살고 있는 꿀벌들의 생태에 대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이 사건은 2년여 법정공방이 계속된 끝에 2016년 가을에야 대법원에서 결론을 얻게 됩니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상품 형태’를 모방했다고 할 수 있으려면, 상품이 “외관 자체로 특정 상품임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적 특이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정형화된 것이어야”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상품이 특별한 모양을 가지고 항상 일관된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개별 상품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판매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S회사가 만드는 벌집아이스크림은 매장 직원이 고객에서 주문을 받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컵에 받은 후, 다시 벌집을 잘라 올려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미리 만들어 놓고 파는 제품이 아니라 주문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만들어 파는 제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판매하는 제품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즉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일정한 상품 형태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법원은 후발주자인 M사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M사의 모방행위가 S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권리구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특허권 같이 등록되는 지적재산권에 비해서, 권리 침해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품에 관하여 철저한 지적재산권 작업을 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회사 이름이나 상품명을 개발할 때에는 반드시 상표 검색부터 하고, 안전한 이름인지 확인한 후 우선 상표등록을 하고 사용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에도 이런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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